“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을 금지하는 건 원하는 학생을 선발해 건학이념에 따라 교육을 할 수 있는 ‘사학 운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정입니다.”
“자사고의 교육이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을 하라는 본래 취지에서 멀어진 만큼 우선선발권을 통한 우수학생 선점 특혜를 보장해서는 안 됩니다.”
14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자사고ㆍ일반고의 동시모집 및 중복지원 금지’ 문제를 둘러싸고 열띤 공방이 이어졌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고교 서열화 해소를 목표로 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 1항과 제81조 5항이 학생의 학교선택권과 사학운영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판단하는 헌법소원 공개변론 자리다.
지금까지는 자사고ㆍ외국어고(외고) 등 특목고들이 전기인 8~11월에, 일반고가 후기인 12~2월에 학생을 모집해왔다. 그러나 개정 시행령은 올해부터 자사고의 입시를 일반고처럼 후기로 통합하고, 자사고 지원자들의 일반고 동시지원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반발한 민족사관고ㆍ상산고ㆍ현대 청운고 등 학교법인과 자사고 지망 학생ㆍ학부모들은 지난 2월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헌재가 지난 6월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해당 시행령의 효력은 정지돼 2019학년도 고입까지는 중복지원이 허용됐다.
청구인 측은 교육부의 개정 시행령이 자사고 지원 기피현상을 유도해 자사고를 궤멸ㆍ고사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인 김용균 변호사는 “자사고에 가고싶은 학생들이 불합격 후 정원미달 일반고에 배정되거나 그 기회를 얻지 못할 수 도 있는데 이 런 두려움에 지원을 기피하게 되면 자사고 경영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동시지원에 대해서도 “자사고를 전기고로 운영하는 것은 충분한 전형기간을 거쳐 저마다의 건학이념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정부가 보장하기로 한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청구인 자격으로 출석한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도 “2000년대 초 자사고 전환을 권유받을 때 앞으로 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들었으면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교육부 측은 자사고가 당초 지정취지인 다양하고 미래지향적인 교육과정을 실시하지 않고 대입준비기관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우선선발권을 제재해 공교육 정상정상 기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인 박성철 변호사는 “자사고가 우수한 학생들을 우선선발하면서 일반고는 2ㆍ3류 학교로 전락했다”며 “자사고의 교육과정도 국영수 심화ㆍ몰입 등 입시위주로 전락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인인 주석훈 서울 미림여자고등학교장도 “자사고 우선모집으로 고교서열화가 심화되고 입시 중심 교육에 치중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쳐왔기에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추후 심리를 거쳐 선고기일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19학년도 후기고 신입생 모집 결과에 따르면 첫 동시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사고ㆍ외고의 경쟁률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해 여전한 인기를 증명했다. 서울시내 21개 자사고의 '정원 내 모집전형'(일반전형·사회통합전형)에는 7,842명 선발에 8,522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09대 1로 작년(1.08대 1)과 비슷했다. 그러나 지원자가 미달한 자사고는 5곳으로 작년(7곳)보다 2곳 줄었다. 6개 외고는 경쟁률이 1.51대 1(1,400명 모집에 2,241명 지원), 서울국제고는 2.64대 1(150명 모집에 398명 지원)로 각각 작년 1.34대 1과 2.22대 1에 견줘 올랐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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