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이번에는 꼭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며 강한 승부욕을 표시했다.
박 감독은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전을 하루 앞둔 14일 베트남축구연맹(VFF)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에 그쳤고, 아시안게임 때도 4강에서 패해 메달을 따지 못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베트남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동시에 선수들에게는 우승을 위한 정신 무장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VFF와의 계약 당시 이번 대회 우승을 요구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감독은 “저나 선수들은 내일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고 내일 경기에서 베트남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들을 보여주기 위해 잘 준비했다”며 “우리 선수들도 정말로 목표를 향해 끝까지 싸워주리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승 1차전 때 수만 명의 말레이시아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 싸웠다”면서 2차 결승전이 하노이에서 열리는 만큼 베트남 국민들의 성원을 요청했다.
실제 호찌민시에서 경기 전날인 이날 하노이로 올라오는 베트남항공 자리가 모두 매진 되는 등 베트남 국민들의 하노이 응원 참가 움직임도 가시화 하고 있다. 호찌민시에 주재하고 있는 온라인 매체의 축구담당 기자는 “비행기 표가 없어 하노이 취재를 포기했다”며 “일부 남아 있는 티켓들은 태국 방콕 가는 것보다 비싸다. 항공권 예약 사이트만 놓고 보면 뗏(설) 명절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용병술을 자랑하는 박 감독은 ‘이번 경기에도 깜짝 카드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선수들은 언제, 어느 경기에도 출전시키면 나가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깜짝 카드 같은 것은 없고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선수를 기용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팬은 물론 한국 축구 팬도 열띤 응원을 보내는 것에 대해 “베트남 국민으로부터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면서 “부담이 되고 벅찰 수도 있지만 사랑받은 만큼 축구로 즐거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그는 결승전 취재를 위해 한국에서 몰려온 기자들을 의식한 듯, “대한민국에서도 많은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관심과 격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감사하다”라면서 “초라한 지도자에 의해 한국과 베트남에 기쁨을 드릴 수 있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결승전이 열리는 미딘 경기장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으며, 각 기자들은 베트남축구연맹 등을 통해 취재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답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주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는 “대사관에서도 요청한 몇 장 되지 않는 ‘패스’ 배당 요청에 대해서도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탄 쳉 호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이 언론 인터뷰에서 ‘베트남 대표팀 선수들이 코치진의 지시에 따라 거칠게 플레이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저를 자극하기 위한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저는 선수들에게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지시하지도 않고 가르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항서 감독은 올해 초 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축구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을 이끌었고, 지난 9월 끝난 아시안게임에서도 첫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썼다.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스즈키컵에서도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 올해 ‘박항서 매직’의 화룡점정이 된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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