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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코스피 상장사인 보해양조의 주가가 전일 종가 대비 24.3% 상승한 2,125원에 거래되면서 2016년 1월 이후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월 기록한 저가(775원)보다는 3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보해양조 주가가 급등한 것은 유시민 작가가 보해양조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유시민 작가의 지지율이 여야 통틀어 가장 높다”고 발언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차기 대선을 3년 이상 앞둔 시점에서 때아닌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여론조사에서 대선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낙연 국무총리나 황교안 전 총리 등과 연관된 종목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증권가 메신저나 주식 게시판에는 유력 후보와 학연ㆍ혈연으로 엮인 새로운 종목을 발굴했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러나 기업 실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폭탄 돌리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별다른 정치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테마주가 거론되는 것은 위축된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10월 이후 코스피 상장사 898개 중 상승한 종목은 160개, 코스닥은 1,279개 종목 중 143개로 전체 상장사의 14%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당 입당, 여론조사 등 작은 자극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할 만한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박민수 금융투자협회 차장은 “테마주는 주도주가 없는 약세장에 단기에 급등하는 ‘기습작전’과 같다”며 “투자할만한 종목이 없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 후보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선점 효과를 누리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의 실제 실적과는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테마주 투자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유행했던 ‘블록체인 테마주’나 올해 상반기 ‘남북 경협 테마주’가 정책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이라는 최소한의 합리적 기대를 갖췄던 데 비하면 정치 테마주는 오로지 해당 정치인의 주변에 대한 막연한 추측만으로 움직이는 터라 한층 위험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마주는 ‘폭탄 돌리기’에 가까워서 투자자들이 ‘내가 먼저 팔고 나오면 된다’는 비합리적인 기대를 갖고 임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 테마주로 지목돼 상승했던 종목 중 실제 회사가 좋아졌던 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테마주로 지목된 회사는 해명하기에 바쁘다. 사업 본질과는 상관없는 주가 급등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남선알미늄은 모기업인 SM그룹 내 계열사인 삼환기업 대표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10월 24일 1,000원이던 주가가 50여일 만에 3,160원까지 올랐다. 남선알미늄은 “계열관계인 삼환기업 대표이사와 이낙연 총리가 친형제인 것은 사실이나 총리는 사업과 연관이 없다”고 공시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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