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어반베이스 사무실에서 하진우 대표가 3차원(3D) 공간 데이터 플랫폼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 기술로 기존 건축 관행의 비효율을 줄이고 건축의 미래상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효진 기자
평면도면을 3D로 자동전환
집안을 자유자재로 꾸미는
홈퍼니싱 서비스에 활용
건축 시공단계부터 적용 가능한
‘증강현실 스케일’ 내년 론칭
“공간 플랫폼 시대 이끌 것”

“구글맵이 인공위성으로 수집한 실외공간 정보 덕분에 이용자는 여행하는 것처럼 세계 어디든 돌아볼 수 있죠. 하지만 건물 속은 텅 비어있어요. 우리는 그 비어있는 실내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3차원(3D) 공간 데이터 플랫폼 어반베이스의 하진우 대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공간 데이터 플랫폼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실내 공간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 어반베이스는 1년 반 만에 국내 아파트 공간의 80% 이상을 확보했다. 어반베이스가 제공하는 지도(맵)에서 내가 사는 아파트를 클릭하면 실제 공간과 똑같은 실내 지도가 3D로 펼쳐진다.

어반베이스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 3D 설계도. 설계도를 돌려보면서 각종 가구들을 배치해 볼 수 있다. 어반베이스 홈페이지 캡처
◇평면 도면이 2초 안에 3D로

어반베이스가 확보한 특허는 평면도면을 3D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이다. 시스템에 2D 도면을 올려놓으면 인공지능(AI) 건축가가 도면 정보를 분석한 뒤 각종 건축 법규와 기준에 맞게 2초 안에 3D 도면을 그려낸다. 나라마다 다른 건축 기준이 시스템 안에 적용돼 있기 때문에 일본과 중국, 유럽 도면도 자동 변환이 가능하다. 하진우 대표는 “지금까지 이런 기술이 전혀 없었다”며 “플랫폼이 스스로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하기 때문에 나라마다 다른 건축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3D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어반베이스가 현재 주력 중인 사업 영역은 ‘홈퍼니싱’(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안을 꾸미는 것)이다. 내 주거 공간을 꾸미는 일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며 셀프 인테리어 열풍이 불고 있는 건 어반베이스에게 기회다. 통계청에 따르면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7조원에서 2016년 13조1,000억원까지 성장했다. 2023년에는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반베이스 서비스에서는 맵 위에 표시된 집을 클릭하면 건축 자재, 바닥, 벽지 등을 바꿔볼 수 있고 가구도 이리저리 배치할 수 있다. 가상으로 꾸며볼 수 있는 각종 자재 및 가구들은 어반베이스와 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에 바로 구매도 가능하다. 현재 어반베이스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 업체는 50여곳으로 제품 수는 8,000여개다.

누구나 이용해 볼 수 있는 가벼운 버전의 홈퍼니싱 서비스 외에 전문가들이 이용하는 정교한 버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현재 LG전자와 일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어반베이스 프로그램이 설치된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면서 손님들에게 집에 가전제품, 가구 등이 배치됐을 때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며 영업을 하고 있다.

◇아날로그 건축 관행에 디지털 혁신을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즐겼던 하 대표가 대학에서 건축공학과를 전공할 때부터 3D 공간 데이터 사업의 밑그림을 차곡차곡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스티로폼을 잘라서 밤새 모형을 만드는 일이 졸업 후 설계 사무소에 취직한 후에도 계속됐다”며 “’벽을 늘려주세요’ 식의 추가 주문이 오면 다시 부수고 올리기를 반복했다”고 떠올렸다.

설계 도면과 스티로폼 모형만으론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을 건축주에게 전달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3D 프로그래밍을 도입하자고 다니던 설계 사무소에 제안해 봤지만, 돌아온 건 ‘애들 장난감 같다’는 핀잔이었다. 하 대표는 “건축업계는 원로가 많다 보니 꼭 손으로 직접 만든 모형을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며 “2014년 직접 창업을 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어반베이스는 내년 2월 ‘증강현실(AR) 스케일’(가칭)이라는 새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금은 이미 지어져 있는 아파트 공간을 가상으로 꾸며보는 단계라면, 시공 단계부터 건축가들이 AR, AI 등 각종 최첨단 정보기술(IT)로 설계도면을 그리고 건물도 가상으로 올려보면서 현장에서 부딪히게 되는 각종 시행착오를 줄이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 대표는 “공간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건축가들이 각자의 도면을 서버에 올리고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카메라로 작업 책상을 비추면 그 도면이 실제 구현됐을 때 어떤 모습인지 가상의 3D 이미지로 표시되는 서비스”라며 “공사 현장에서도 실제 땅 위에 가상의 집이 지어진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안에 들어가 볼 수도 있는 수준까지 기술은 준비됐고 마지막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AR 스케일이 건축 업계에 자리 잡게 하려면 건축가들의 공감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난달 7일에는 ‘어반 스니커즈 콘퍼런스 2018’도 개최했다. 실제 모형 없이도 모바일 기기만으로 3D 작업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건축가들은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고객은 공간의 제약 없이 의뢰한 건축물을 생생하게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미래 건축 세계를 소개했고, 350여명의 건축가와 IT 업계 종사자들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어반베이스는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연구한다. 하 대표는 “글자로 소통하던 시대에서 사진, 영상으로 전환됐고 5세대(5G) 시대에는 3D 콘텐츠가 소통의 수단이 될 것”이라며 “어쩌면 먼 미래에는 가상으로 모든 곳에 들어가 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건물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반베이스의 목표는 3D 콘텐츠로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면서 공간 플랫폼의 시대를 이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