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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5개월차 사회초년생, 요즘 은행들이 팍팍 미는 로보어드바이저 이용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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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5개월차 사회초년생, 요즘 은행들이 팍팍 미는 로보어드바이저 이용해보니

입력
2018.12.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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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7월 입사해 어느덧 5개월이 지났지만 통장 잔고는 입사 전과 비슷하게 단 300만원뿐인 사회초년생. 이젠 스스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단 생각에 계획 없이 펑펑 월급을 쓴 것이 화근이었다. 당장 어디라도 투자하고픈 욕심에 은행을 기웃거리고 싶지만 관련 지식이 전혀 없어 무작정 주식, 펀드 등을 검색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로보어드바이저(로보) 서비스’. 간단한 설문만 하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투자 상품을 추천해준다는 얘기에 솔깃했다. 은행이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스마트 자산관리서비스인 로보 서비스를 사회초년생 기자가 직접 경험해봤다.

◇ ‘투알못’도 클릭 몇 번이면 ‘투자자’

이 서비스는 말 그대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AI가 투자 상품을 추천해준다. NH농협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이 앞다퉈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하거나 일일이 투자 상품을 찾아 헤매지 않더라도 나의 투자 성향을 알아서 분석해 상품을 추천해준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예적금을 제외하고는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이른바 ‘투알못(투자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 데다 일하는 와중에 투자 계획을 짤 여유가 전혀 없었기에 별다른 고민 없이 해당 서비스를 실행했다.

은행마다 서비스 이름은 달랐지만 추천 방식은 비슷했다. 투자 성향을 분석하기 위한 설문 문항을 작성하면 이를 토대로 투자 상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이었다. 설문에는 투자 목적을 비롯해 연령, 수입형태 등 기본적인 정보와 투자경험, 지식수준 등 10개 안팎의 문항이 담겨있었다. 투자 성향은 설문 결과를 토대로 대부분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의 5가지로 분류됐다.

기자는 월급 통장이 있는 A은행의 로보 서비스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추천 받았다. 생전 처음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기자로서는 그다지 큰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생각이 없었기에 설문에 꽤나 보수적으로 응답했다. 최대 손실은 투자금의 10%까지만, 투자 경험은 없고 투자 기간은 3년 이상을 생각 중이라고 답했다. 투자관련 지식수준은 ‘낮음’(주식과 채권의 차이를 아는 정도)을 택했다. 5초도 안 걸려 나온 결과는 ‘위험중립형’. 예상했던 바였다.

구체적인 투자 상품을 살펴보기 위해 ‘로보 포트폴리오’ 항목을 선택하자 추천 투자 상품과 함께 기대수익률, 수익 변동성 등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났다. 추천 받은 포트폴리오의 평균 기대수익률은 5.73%, 수익 변동성은 5.46%였으며, 국내채권혼합 40%, 해외선진주식 25%, 유동성 15% 등으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는 차트도 함께 제시됐다.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고자 투자금액 200만원과 기간 3년을 입력한 후 성과예측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2021년 12월에는 평균 18.24%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금 200만원이 236만원이 된다는 얘기였다.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자 내 집 마련의 꿈이 벌써부터 무럭무럭 샘솟았다.

◇불친절한 설명은 아쉬워

기대수익률에 심취해 무작정 투자를 결정하려던 찰나 로보가 추천한 포트폴리오의 과거 성과 조회가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비로소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만약 3년 전인 2015년 12월로 돌아가 로보가 추천한 포트폴리오대로 투자했을 경우 이달까지 수익은 -1%대였다. 원금도 보전하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처음 투자하는 기자로서는 걱정이 앞섰다. 특히나 각각 40%와 25%를 차지하는 상품의 지난 1년간 수익률도 마이너스였다. 로보가 무엇을 근거로 하락세인 상품을 추천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더군다나 제시된 상품 5개 중 2개의 위험등급은 2등급(6등급 기준)으로 ‘높은 위험’에 해당했다. 위험중립형 투자 성향을 가진 나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등급이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했다지만 단순히 3년 후의 기대수익만으로 선뜻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였다. 생전 처음 접한 채권혼합형 펀드, 투자신탁 등의 개념을 찾아보며 추천 상품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제시된 상품 정보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어 A은행 지점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상담사는 “최근 로보 서비스를 통해 투자를 많이 하는 추세”라면서도 로보가 기자에게 추천한 상품에 대해선 객관적 조언을 내놨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익률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고 매매회전율이 높아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초보라면 코스피 변동에 따라 수익이 나는 인덱스펀드가 나을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초보 투자자에겐 유용할 듯

투자 관련 지식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에게 로보 서비스는 유용할 수 있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고 관련 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론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망설여졌다. ‘투자성향이 위험중립형이기 때문에 이 상품들을 추천한다’는 말만 있을 뿐 개별 상품을 추천하는 근거나 상품의 전망은 제시되지 않은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투자 경험과 자금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이 경험해볼 만한 유용한 서비스였다. 누가 뭐래도 AI가 대세인 시대 아닌가.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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