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기록부에 이제 ’소논문’은 못 쓰지만 대신 ‘보고서’라는 단어는 쓸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열린 한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설명회’. A강사는 설명회장을 찾은 학부모들에게 “보고서는 대학에 학업 역량을 보여줄 수 있어 중요하다”며 소논문 대신 보고서를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이 언어학과 진학을 원하면 ‘사라져가는 언어에 대한 연구’와 같은 주제로, 생물과학과를 원하면 ‘돼지감자와 혈당 저하 분석’과 같은 주제로 보고서를 쓰는 게 좋다”고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었다.
A강사의 설명처럼 현재 중3 학생들이 고1이 되는 내년부터는 학생부에 소논문을 기재할 수 없다. 교육부가 지난 8월 학생부 기재 항목을 축소하는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의 동아리 활동란과 ‘교과 학습발달 사항’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란에 소논문의 △논문명 △참여시간 △참여인원을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기소개서에서 소논문 관련 내용을 기술할 수 있어 소논문은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주요 스펙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교육부가 소논문을 금지한 건 고교 수준을 뛰어 넘는 비교과 내용을 주제로 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에 따라 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논문을 대필하거나 교수인 부모가 자녀를 논문 공동 저자로 올리는 윤리적인 문제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소논문이 금지되자 발 빠른 입시 컨설팅 업체들은 A강사처럼 ‘학습보고서’ ‘탐구보고서’와 같은 ‘변형된 소논문’ 기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교육부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내년 2월까지 교육부 훈령 ‘학교생활기록작성 및 관리 지침’을 개정하고 기재요령에 소논문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보고서라는 단어도 기재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신미경 교육부 교수학습평가과장은 13일 “사교육을 유발하고 학생 본인이 직접 썼는지 확인이 어려워 소논문을 금지했는데 비슷한 유형의 보고서를 허용할 수는 없다”며 “소논문 대신 보고서라는 명칭으로 편법 기재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 단어도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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