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 간 합의에도 실무 핵협상 교착
올해 신년사로 북핵 협상 물꼬 튼 김정은
2019년 신년사에 담대한 새 제안 담기를

2019년 새해가 보름여 앞입니다. 올해 1월 2일 자 신문을 꺼내서 읽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크게 다뤘죠. 이후 1년, 정말 대단했습니다.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고각 발사 성공이 신호탄이었죠. 그때 우리 정부 핵심 인사가 “이제 때가 됐다”며 무릎을 쳤답니다. 핵 무력 완성에 성공했으니 다음은 북미 대화라는 것을 직감했다는 겁니다. 다들 2018년 신년사를 숨 죽이며 지켜봤습니다. 김 위원장은 “책상 위의 핵 버튼”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언급했습니다. 이후 한미 양국이 긴박하게 움직였죠. 북미 간 ‘평창 접촉’ 시도로 시작된 우리 정부의 중재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됐고, 이어 판문점 싱가포르 등지에서 정상회담이 이어졌습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죠. 불과 얼마 전, 전쟁도 불사할 것처럼 거친 언사를 주고받던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엔 ‘형님, 동생’ 사이처럼 보입니다. 물론 개인 호감과 국가 이익은 별개지만, 역대 북미 지도자가 서로를 이토록 치켜세우며 핵 담판의 동력을 살리려 애쓴 적이 있었던가요. 김 위원장의 결단 없인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러나 전체 비핵화 여정을 감안하면 지금까지는 전초전이었습니다. 북미의 ‘간 보기’ 이벤트였다고나 할까요. 본게임은 이제부터입니다. 작금의 교착 상황이 그것을 웅변합니다. 11월 8일 북미 고위급 회담 결렬 이후 북미 대화는 멈춰서 버렸습니다.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북미의 눈높이가 맞지 않은 탓이죠.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무산도 그 영향입니다. 분단 70년사에 한 획을 긋는 방문인데, 얼마나 아쉽습니까. 하지만 그 결정, 이해합니다. 서울 답방은 언제든 하면 되지요. 오히려 저는 잘 된 거라고 봅니다. 현 상태라면 차라리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오는게 낫습니다. 정상회담 개최는 일정한 합의를 담보하는 것이니,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서울에 온다면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도 힘을 받을 겁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날선 시선도 좀 누그러질 수 있겠죠.

북한에는 지금 자본주의 수요가 흘러 넘칩니다. 주민들은 500여개가 넘는 장마당에서 대부분의 생필품을 구하고, 달러 거래가 일상화했으며, 민간 주택업자가 생겨나고, 휴대폰 600만대가 보급됐답니다. 자본ㆍ자산 소유 욕구가 커지는 게 당연하지요. 이런 흐름을 촉진한 당사자가 누굽니까. 바로 김 위원장입니다. 직접 법을 정비해 자본주의적 경제 행위를 장려ㆍ보장했지요. 올해는 핵ㆍ경제 병진 노선 대신 경제집중 노선을 선포했고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죠. 국제거래를 봉쇄한 제재가 길어질수록 북한 경제는 피폐해지고 주민 고통은 가중될 겁니다. 어떻게 돌파하시겠습니까.

김 위원장, 1년 전보다 더 담대해지십시오.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 제재 완화의 약속이 없거나 불명확해도 개의치 마세요. 핵무기, 핵물질, 핵 시설에 대한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공개와 사찰, 폐기를 약속하는 동시에 미국이 제공해야 할 제재 완화를 포함한 보상책을 먼저 공개 적시하는 건 어떻습니까. 순진하다고요? 미국을 어떻게 믿냐고요? 강경파 볼턴 보좌관이 제재 완화를 언급한 것은 의미 있는 신호 아닐까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북핵 협상에서 미국도 타협의 등가성을 무시할 순 없지요. 보상 없는 핵 포기는 절대 없다는 것은 국제적 선례가 증명합니다.

북핵 협상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 없인 진전을 볼 수 없습니다. 원래 그렇게 시작된 협상 아닙니까. 줄 수 있는 것, 받고 싶은 것을 통 크게 던지세요. 그리고 실무자들이 그 틀 안에서 미세조정하게 하십시오. 그래야 협상이 굴러갑니다. 이거 재고 저거 재면 시간만 허비할 뿐입니다. 2019년 1월 1일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기대하겠습니다. 획기적이고 담대한 새 제안으로 2019년을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의 원년으로 이끌기 바랍니다.

논설실장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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