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업 코미디언 최정윤씨 인터뷰
“예전에는 약자 혐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코미디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지금 좋은 코미디가 아니잖아요? 지금 코미디로 해야 하는 건, 사람들이 그 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부조리한 진실을 밝히는 거죠.”
여러 미디어 플랫폼이 생겨나며 ‘뭐가 웃긴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한층 다양해진 지금, 스탠드업 코미디언 최정윤(32)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코미디를 이렇게 설명한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최근 방송인 유병재가 두 차례 공연을 선보이며 국내에서도 주목을 끌기 시작한 코미디 장르다. 무대에 오른 코미디언은 마이크 하나만 들고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들을 이야기한다. 주제 제한 없이 일상적 이야기부터 성, 종교, 정치까지 모든 것을 소재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최씨는 과거 성인용품점을 공동창업해 2년간 운영했고, 그 전에는 프리랜서 외신 기자로 활동하는 등 독특한 경력을 지녔다. “한국에서 여성이 성을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하고 싶어” 성인용품점을 차렸고, 그 경험에서 자신감을 얻어 전부터 하고 싶던 코미디에 도전했다는 설명이다. 외로웠던 미국 유학 시절, 유일한 해방구였던 스탠드업 코미디에 빠져 혼자 농담을 써보곤 했던 것이 계기였다. 코미디를 하기로 결심한 뒤엔 뉴욕의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들을 돌아다니며 보고 배운 내용들을 토대로 ‘스탠드업 나우’라는 스탠드업 개론서를 쓰기도 했다.
“웃음을 통해 자기 틀에 딱 갇혀 있던 사람이, 조금은 관대해질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최씨의 주요 농담 소재는 평소 관심사인 섹스와 한국 여성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문제점 등이다. 글로 자기 생각을 풀어내는 사람, 거리로 나가 시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신에게 중요한 이슈를 웃음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코미디는 시야를 틔워 주거나, 시각을 바꿔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그는 “웃음이 나오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싶은 것”이 자기 마음이라고 말한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또 다른 특징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웃기게 할 자신만 있다면 무대에 오를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최씨가 주로 공연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스탠드업 전용 코미디 클럽 ‘코미디헤이븐’ 역시 지난 6월 문을 연 이후 꾸준히 ‘오픈 마이크’ 무대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공연 기회를 주고 있다. ‘코미디는 이래야 한다’라고 정해진 선은 없기에 어떤 농담이든 나올 수 있다. 물론 누군가에게 ‘혐오를 담은 불편한 말’로 느껴지는 농담이 나올 수도 있다.
최씨는 이 역시 “이게 웃긴 게 맞아?” 라는 토론으로 이어진다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객석의 반응, 무대 밖의 반응을 통해 코미디언과 관객은 우리 사회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합의점을 옮겨가며 실험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 실험이 사회적 논의의 폭을 넓히고 때로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100석이 됐든, 50석이 됐든, 한 시간짜리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만들어 보는 것이 목표”라는 최씨와 함께 성장할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를 눈여겨볼 이유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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