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서울 강남에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을 수차례 찌른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대학생 A(23)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2시12분쯤 삼성동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 5번 출구 앞에서 흉기로 B(21ㆍ무직ㆍ여)씨의 등 복부 팔 등을 수차례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현장에 함께 있던 B씨 친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2시18분쯤 체포됐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곧바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3년 전 온라인 총 싸움 게임(FPS)인 ‘서든 어택’에서 처음 B씨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게임 속에서 남자 행세를 했으며 둘 사이는 급속도로 친밀해져 게임 밖 메신저 채팅으로 이어져 이날 실제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선릉역에서 첫 대면한 순간 B씨는 A씨가 여자로 드러나자 화를 냈고, 큰 다툼으로 번진 상황에서 A씨가 흉기를 휘두르게 됐다는 것이다. A씨는 경찰에서 “온라인 상에서 남자 행세를 하는 나에게 호감을 느낀 B씨가 배신감을 느껴 싸움으로 번진 것 같다”며 “B씨가 친구를 데리고 나온다고 해서 왜소한 체구에 위협당할 걱정에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의 대면은 게임과 관련된 정모(온라인에서 활동하던 회원들이 오프라인에서 모이는 것)는 아니고 개인적인 만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진술이 석연치 않은 데다 흉기를 사전에 준비했던 점을 근거로 원한관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심야 대면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 사이의 감정싸움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범행 전 두 사람 행적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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