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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주지 않아도… 이웃의 기부천사들 '나눔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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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주지 않아도… 이웃의 기부천사들 '나눔 릴레이'

입력
2018.12.13 17:01
수정
2018.12.13 21: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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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얼굴없는 천사’연탄기부 16년째 이어가

영동군에선 ‘풀빵 천사’17년째 돼지저금통 기부

17년째 돼지저금통 기부를 하고 있는 ‘풀빵아줌마’ 이문희씨. 영동군 제공
17년째 돼지저금통 기부를 하고 있는 ‘풀빵아줌마’ 이문희씨. 영동군 제공

기부 천사들의 작지만 소중한 나눔이 이어지고 있다. 금전적인 측면에서는 대기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십시일반 모은 돈을 수년째 지속적으로 내놓는 그야말로 정겨운 기부릴레이다.

13일 충북 제천시에 따르면 12일 낮 12시 20분쯤 시청 사회복지과에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나타나 흰 봉투를 전달한 뒤 급히 돌아갔다.

봉투 안에는 아무런 메모 없이 연탄 2만장 보관증(1,500만원 상당)이 들어 있었다. 사회복지과 직원은 “점심 시간에 갑자기 나타난 여성분이 ‘나는 전달만 하러 왔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한 뒤 곧바로 사라졌다. 인사할 틈도 없었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이 기부자가 해마다 이맘 때만 되면 홀연히 나타나 선행을 베푸는 익명의 자선가로 보고 있다.

이 ‘얼굴없는 천사’의 연탄 기부는 2003년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 사람은 매년 12월 중순을 전후해 2만장 가량의 연탄을 전달하고 있다.

박재영 제천시 희망복지팀장은 “매번 전달자를 바꿔가며 연탄기증서를 보내기 때문에 기부자가 누군지 전혀 알 길이 없다”며 “소외받고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 고루 전달하겠다.”고 했다.

제천 ‘얼굴없는 천사’가 12일 다른 사람을 보내 제천시청 사회복지과에 기증한 연탄 2만장 보관증. 제천시 제공
제천 ‘얼굴없는 천사’가 12일 다른 사람을 보내 제천시청 사회복지과에 기증한 연탄 2만장 보관증. 제천시 제공

영동군에서는 ‘풀빵 아줌마’로 알려진 이문희(56·양강면 마포리)씨가 돼지저금통 기부를 이어갔다.

영동읍 중앙시장 입구에서 풀빵을 구워 파는 그는 최근 영동군 양강면사무소를 찾아 500원짜리 동전 1,062개(53만 1,000원)가 든 돼지저금통을 기탁했다.

양강면에서 벼와 자두 농사를 짓는 그는 자녀 학비에 보태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풀빵 장사를 시작했다.

넉넉한 벌이는 아니었지만 단골 손님이 늘자 그는 어렵게 사는 이웃을 먼저 생각했다. 처음에는 쌀과 양말 등 생필품을 사서 불우 이웃에 나눠주거나 홀몸 노인의 집을 찾아가 김치를 담가주곤 했다. 그러다 2002년부터 풀빵을 판 동전을 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아 양강면에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증하고 있다.

17년째 기부를 이어온 이씨는 “올해 장사가 시원치 않아 돼지저금통을 모두 채우는 데 조금 힘이 들었다”며 “힘들어도 풀빵 장사를 하는 동안은 계속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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