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아세안의 잠룡
2018년 한 해 전국을 달구었던 베트남 축구의 하이라이트는 15일 하노이의 미딘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지난 11일 오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스즈키컵 결승 1차전 원정경기에서 말레이시아와 무승부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시민들은 “이긴 경기나 마찬가지”라며 박 감독과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냈다.
11일 오후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앞 응우옌 후에 광장(거리)에서 벌어진 응원 열기는 이미 우승감이었다. 6개의 대형 스크린 앞에는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이들은 하나가 돼 선수들의 몸짓 하나 하나를 쫓았다. 전반 20분까지 베트남 선수들의 이렇다 할 유효 슈팅이 없이 진행되던 경기는 21분 응우옌 후이 헝 선수의 골이 터지자 반전됐다. 광장에서는 요란한 부부젤라 소리와 함성이 함께 터져나왔다.
광장의 분위기는 선수들의 몸짓에 따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행사장 통제를 맡은 한 공안은 “이 광장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인 적은 없었다”고 놀라워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는지 묻는 질문엔 손을 저었다. 그 규모를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2대 2로 경기가 종료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이내 흩어져 없어지는가 싶던 시민들은 인근 주차장에서 오토바이를 찾은 뒤 일제히 다시 거리로 다시 쏟아져 들었다. 부부젤라를 불고, 경적을 울리는 것은 물론 브레이크를 잡은 채 액셀레이터를 돌리는 등 만들어 낼 수 있는 굉음이라는 굉음은 다 만들어 냈다. 이들은 밤 12시가 다 되도록 응우옌 후에 거리, 인근의 동커이, 레주언 거리를 누볐다. 출근도, 등교도 잊은 듯 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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