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회의 심의ㆍ의결권 부여
집행 권한은 대법원장이 가져
“사법개혁 후퇴” 목소리 커져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일부를 계속 유지하는 방향으로 사법행정기구 개편안을 최종 확정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개혁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장 자문기구가 두 차례에 걸쳐 권고했던 개편안 대신 법원 내부 의견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나 다름 없어,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의지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도 커졌다.
12일 대법원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의견’의 핵심은 법원행정처 대신 신설되는 사법행정회의에 사법행정과 관련한 심의ㆍ의결 권한만 부여하고, 나머지 집행 권한은 기존처럼 대법원장이 갖는 것이다. 이는 김 대법원장이 올해 초 사법개혁을 위해 설립한 자문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가 7월에 내놓은 건의문,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구성된 후속추진단이 지난달 내놓은 결론에 배치되는 방향이다.
외부 인사가 다수를 차지했던 두 기구는 모두 사법행정회의가 사법행정에 대한 심의ㆍ의결ㆍ집행 권한을 모두 갖는 ‘총괄기구’로 설치할 것을 다수 의견으로 채택했다. 대법원장 1인에게 집중된 인사ㆍ예산 등 사법행정권을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에 넘기라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법관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법원 외부 인사가 법관의 인사권을 포함한 중요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것에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이날 대법원이 공개한 사법행정제도 관련 전국 법관 설문조사를 보면, 법관 1,347명 중 1,065명(79.1%)이 대법원장 권한 중 ‘의사결정 권한’만 사법행정회의에 넘겨야 된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문제는 대법원의 최종안 마련 과정에서 사법행정의 단순 집행기관으로 구상됐던 법원사무처 위상이 크게 올라간 점이다. 법원사무처장은 사법행정회의를 구성하는 10명 가운데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됐다. 여기서 상근 법관들이 당분간 근무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김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사법행정 대표자로 국회 등을 상대로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며 “법원사무처 비법관화도 임기 내에는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안보다 한층 후퇴한 대법원 최종안을 본 판사 출신 변호사는 “비상근 회의체인 사법행정회의가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하고 대법원장 직속기구인 법원사무처가 과거 법원행정처와 크게 다르지 않게 운영될 것이란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평가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원장이 합리적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사법행정회의에 권한이 집중되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정한 수준의 권한 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사법행정회의 추천위원회에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대표자위원을 포함시킨 것이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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