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차례 총소리가 난 뒤 비명 소리가 들렸어요. 창가로 가보니 사람들이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11일(현지시간) 오후 8시쯤 프랑스 북동부 스트라스부르 중심부의 크리스마스 시장 인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대해 지역 주민 요안 바자르는 영국 가디언에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인 프리랜서 기자 카미유 벨소르는 “군인이 대응 사격으로 10여발 가량을 쐈고, 사람들에게 실내에 있으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최소 3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는 태국에서 온 관광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격자는 BBC에 “태국인 피해자는 30대로 보였으며,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과 함께 식당 밖에 있다 변을 당했다.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소생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총격사건 용의자는 스트라스부르 태생의 셰리프 셰카트(29)로 확인됐다. 셰리프는 극단주의 성향을 보여 당국의 테러 감시명단에 올랐던 인물이다. 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셰리프는 범행 후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뒤 부상을 입은 상태로 도주했다. 앞서 프랑스 경찰은 지난 여름 발생한 강도 사건과 관련해 셰리프를 체포하기 위해 이날 오전 그의 집을 급습했지만 셰리프를 발견하지 못했다. 집에서는 수류탄을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셰리프와 관련 인물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셰리프의 범행 동기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배후를 자처한 세력도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프랑스 당국은 이 사건을 테러 행위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미 테러활동 감시단체인 시테인텔리전스그룹은 이와 관련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이 자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셰리프가 범행을 저지를 때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고 프랑스 당국은 밝혔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시적으로 거리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을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시장은 최근 유럽에서 테러범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2016년 독일 베를린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장에 트럭 돌진 테러가 발생, 12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특히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시장은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곳으로, 2000년 이슬람 무장단체 알 카에다가 연루된 조직이 테러를 시도했던 곳이기도 하다. 다만 AP통신은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의회 본부가 있는 곳이어서 크리스마스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것인지는 아직까지 불명확하다”고 덧붙였다.
도주한 용의자가 12일 새벽에도 붙잡히지 않아 스트라스부르에는 한때 수천 명의 이동이 통제됐다. 프랑스 당국도 국경 지대 통제를 강화하고 특수부대와 헬기 등을 동원해 범인 수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과 방문객에게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실내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유럽의회 의원인 에마뉘엘 마우렐은 트위터에 “경찰과 군인들이 저지선을 치고 해당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며 “호텔에 머물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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