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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를 찾아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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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를 찾아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캐나다

입력
2018.12.12 17:51
수정
2018.12.13 07: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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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요구에 멍 부회장 체포 불구

中은 보복 조치 언급 고심 커져

지난 10일 중국 시위대가 캐나다 법원 앞에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10일 중국 시위대가 캐나다 법원 앞에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체포했던 캐나다가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이번 체포가 대 이란 제재 위반을 명분으로 내세운 미국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중국의 화살은 미국보다 캐나다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이번 ‘멍완저우 사태’를 겪으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 되고 있다. 애초 지난 1일 밴쿠버에서 멍 부회장을 체포한 건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지만, 미국과의 정면충돌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중국이 캐나다에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멍 부회장의 신병 문제를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카드로 사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중국 입장에선 캐나다가 철저하게 미국의 구상대로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황인 것이다.

사실 멍 부회장 사태는 미중 ‘무역전쟁’의 한 축인 첨단기술 패권 경쟁과 맞닿아 있다. 멍 부회장이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 말고는 캐나다로서는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멍 부회장이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그를 체포해 신병을 인도해줄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자국민을 체포했다며 강력 비난했고 보복 조치까지 언급했다. 캐나다 법원의 멍 부회장 보석 결정으로 미중 간 무역 협상이 본궤도로 복귀하는 듯한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건 캐나다가 이번 사태에서 철저히 제3자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캐나다의 고민은 여전하다. 미국과 60일 내에 피의자의 신병을 인도하는 조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국이 멍 부회장의 신병 인도를 재촉할 수 있고 중국은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멍 부회장의 신병을 미국에 넘기는 문제는 그의 구금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든 캐나다로서는 주요 2개국(G2) 중 한 나라와 척을 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 캐나다는 미국이나 중국 가운데 어느 쪽과도 갈등이 불거지면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은 전체 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중국은 두 번째 무역 상대국이다. 캐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반발하면서도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의 강권에 따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협정(USMCA)에 서명했다. 대신 지난달에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두 글로벌 경제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멍 부회장이 거물급 인사라는 점에서 캐나다가 그를 체포할 당시 미국과 사전에 공조했을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 정부가 사법 당국의 독립적 조치였을 강조한 건 이를 반증한다. 중국은 지난 10일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프릭을 억류하면서 멍완저우 사태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뿐 아니라 캐나다산 구스 불매 등 캐나다에 대한 자의적인 무역보복 조치와 대중 동원이 언제든 가능하다. 이미 관영매체들은 무역 제재와 관광객 축소 등의 조치를 거론하고 있다. 멍완저우 보석 결정으로 한숨 돌렸지만 캐나다의 진짜 고민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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