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재임 중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심에서 재판 전략을 확 바꿨다. 1심에서 ‘수동적 방어전략’을 택했던 이 전 대통령은 2심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공세 전략’으로 나섰다.
12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김인겸)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관련자 22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원하는 증인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으나 검찰 수사에서 하나같이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1심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들의 검찰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일단 동의한 후에, 그 증거를 반박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이들의 검찰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직접 법정에 증인으로 세워 관련 진술을 듣겠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측 방어전략이다. 이날 첫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진술 증거 인정 여부와 증인 신청을 둘러싸고 검찰 측과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은 “1심에서 검찰 진술 증거 채택에 동의했다고 해서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증거의 증명력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다”며 “(1심처럼) 서류증거만으로 재판하자는 검찰 주장은 공판중심주의에 반대될뿐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이 전 대통령 측 주장대로 한명 한명을 증인으로 세워서 각각 진술을 듣게 되면, 사건 접수에서 선고까지 6개월 걸렸던 1심에 비해 재판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이날 재판부는 “구속 만기인 내년 4월8일 전까지 주 2회 재판을 하더라도 지금 신청한 증인을 다 채택하면 만기 내에 재판을 종결하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증인신문 계획서를 다시 제출해달라고 이 전 대통령 측에 요청했다. 22명 중 몇 몇이 채택될 지는 26일 두 번째 기일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다스에서 비자금 339억여원을 조성하고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총 350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삼성전자에 다스의 미국 소송비 67억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총 111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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