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변수 화웨이 부회장도 석방
트럼프 “생산적인 대화 진행 중”
美, 中지재권 등 압박도 지속
최종 타결까지 줄다리기 전망
미국과 중국이 화웨이 부회장 체포 사태 등의 악재 속에서도 무역 협상을 본격 재개하며 진전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와 농산물 구매 방안 등을 제시하며 대폭 양보 의사를 표명했고 돌발변수로 떠올랐던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도 11일(현지시간) 보석으로 석방돼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다만 핵심 갈등 사안인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중국제조 2025 정책’ 등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11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공통 인식사항의 실천 및 협상 일정표 등을 논의했다고 중국 상무부가 밝혔다. 이 통화에서 류 부총리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40%에서 15%로 낮추고 미국 농산물 구매 방안도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다만 관세 인하 적용 시기는 특정되지 않아 최종 타결을 위한 다양한 카드의 하나로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 중대 발표들을 기다려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 방안을 확인하면서 “그들이 엄청난 양의 대두를 살 것이라는 말을 오늘 막 들었다. 그들은 이제 시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12일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고율관세로 피해를 본 농민들에게 주기로 했던 보조금 지급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의 협상 타결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관세 문제 보다 더 험난한 의제로 꼽히는 중국의 산업 지원 정책과 지적 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을 두고서 논의가 진척되는 것도 긍정적 신호다. WSJ는 양국 고위관리들이 전화 통화에서 중국 경제 정책의 근본적 변화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며 중국이 첨단분야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 수정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한둥 중국 최고인민법원 고문은 WSJ에 중국이 미국의 우려 사항 중 하나인 지재권 관련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내 대중 강경파들은 중국의 경제 구조 자체를 겨냥하고 있고 중국 역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야심적인 국가 발전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대폭 수정하기는 어려워 타협점을 찾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미국이 수일 내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커의 사이버 침투 및 무역 기밀과 기술 절도 사건을 기소할 것이라면서 이는 관련 협상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에 대한 압박 신호가 동시에 나오는 것은 대중 강온파의 대결 흐름과 무관치 않다. WSJ는 “무역 협상 데드라인인 내년 3월1일을 앞두고 미 정부 내에서 격렬한 논쟁이 야기될 수 있다”며 “중국을 더욱 압박할지, 타협점을 찾을지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에게 달렸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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