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축구 K리그 시ㆍ도민구단들은 새 역사를 썼다. 대구FC가 FA컵 우승, 경남FC가 K리그1(1부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최초로 시ㆍ도민구단 2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오르면서다. 각각 상위스플릿 진입과 K리그1 잔류에 한숨을 돌린 전통명가 수원과 서울의 모습과 달리, 대구와 경남은 FA컵과 리그에서 괄목할 성적을 내면서 시ㆍ도민구단 운영의 새 방향을 제시했단 평가다.
대구는 올해 골키퍼 조현우(27)의 국가대표 발탁과 21세 동갑내기 3인방 정승원, 김대원, 장성원의 활약으로 전용구장 시대를 여는 내년 흥행을 위한 호재를 발굴했다. 경남은 6ㆍ13 지방선거 때 새 구단주가 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조기호 대표이사를 교체하지 않으면서 구단 운영 안정 속에 창단 첫 AFC챔피언스리그 진출이란 쾌거를 이뤘다. 또 해외 여러 구단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브라질 용병 말컹(24)이 거액의 이적료를 남길 것으로 예상돼 어느 해보다 희망찬 겨울나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온탕서 몸을 풀고 있는 두 팀과 달리 나머지 시ㆍ도민구단들 사정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대표이사 퇴진압박과 내년 지원예산 삭감에 신음하는 인천과 대전의 초겨울은 유독 춥다. K리그1 잔류 동화를 쓴 인천은 지방선거 이후 강인덕 대표이사가 사퇴할 예정이었으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인물에 대한 자격 논란이 불거지면서 현 경영진 체제가 지속됐다.
이를 놓고 일부 주주와 서포터들은 시즌 막판 거세게 반발했고, 강대표 쪽은 “서포터가 정치권의 조종을 받는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12일 오후 인천 구단사무실에서 열린 이사회에선 경영진 교체 결의가 이뤄졌지만, 이를 최종 결정할 28일 열릴 주주총회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기에 홈에서 전남을 꺾고 1부 리그 잔류를 확정한 1일 안데르센 감독은 “스카우터가 선수 계약과 관련해 감독이나 코칭스태프가 모르는 상황서 선수를 영입해선 안 된다”며 내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구단 안팎에선 이를 둘러싼 진상조사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높다.
승격 실패로 내년까지 4년째 K리그2(2부 리그)에 머물게 된 대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달 초 임원 6명(이사4명ㆍ감사2명)이 “김호 대표가 방만한 경영으로 구단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퇴했다. 실제 10일 열린 대전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는 대전 선수단 규모(59명)가 2부 리그 구단 평균 등록선수(33.7명)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점을 방만한 경영의 대표사례로 지적했고, 대전시 측은 선수단 규모를 2부 리그 평균 수준으로 줄이는 등 강도 높은 혁신안을 마련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호 대표는 12일 본보와 통화에서 “선수단 규모가 늘어난 건 기존 장기계약 선수를 내보내지 못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연봉이 낮은 선수를 여럿 영입해 구단 미래자원으로 키우려는 뜻이 곡해된 것”이라며 “선수단 규모는 45~50명 규모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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