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중순 시작될 미국과 일본 간 통상협상을 앞두고 무역협정 명칭을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물품에만 국한된 물품무역협정(TAGㆍTrade Agreement on Goods)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자유무역협정(FTAㆍFree Trade Agreement)이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2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내년 초 본격 시작될 통상협상과 관련한 업계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는 이 자리에서 일본과 체결을 목표로 하는 협정을 ‘미일 무역협정(USJTAㆍUS-Japan Trade Agreement)’라고 규정했다. 사실상 투자, 서비스 분야가 망라된 FTA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양국 간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통상협상 기간 에는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유예키로 했는데, 일본 정부는 이를 미국의 통상압박을 막아낸 외교 성과로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공동성명에는 “양국은 협정 논의가 완료되면 (서비스 등을 포함한) 다른 무역 투자사항에 대해서도 교섭을 진행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있다. 제조업과 달리 금융ㆍ지적재산권 등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본은 미국과의 서비스 분야 통상협상에 거부감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일본 언론과 야당에선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이 결국 서비스 문화 개방이 포함된 FTA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물품과 서비스가 (무역) 장벽 때문에 일본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다”며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대책은 양국 간 무역협정”이라며 사실상 물품과 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FTA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아베 정부는 TAG라는 용어를 고수하며 맞서고 있다.
미국 산업계에서 분출되고 있는 환율조항의 필요성과 시장개방 등의 요구도 일본 정부로서는 걱정거리다. 이날 공청회에서 미국 자동차노동조합(UAW)은 일본 자동차와 부품수입에 엄격한 상한선을 요구했고 미국 자동차정책협의회(APC)는 환율조항을 미일 간 무역협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 11월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와의 무역협정(USMCA)에서 미국산 자동차 수출에 유리하도록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을 금지하는 환율조항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는 엔저 유도 정책으로 경제호황을 누려온 아베 정부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미국 농축산업계도 “일본과의 조기 협상타결에 실패하는 바람에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과 호주 등이 참여하는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이 먼저 발효될 경우 호주산 축산물에 대한 대일 수출관세가 인하되면서 일본 시장에서 미국산 축산물의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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