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건우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로 서늘한 연기를 펼치며 악역 끝판왕에 등극했다.
김건우는 MBC ‘나쁜형사’에서 청인지검 검사이자 연쇄살인마 장형민 역을 맡아 유능한 엘리트의 모습부터 소름 유발 사이코패스 연기까지 선보이며 신하균의 유일한 대항마 캐릭터로서 존재감을 발산 중이다.
특히 지난 11일 방송에서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엘리트 검사답게, 모두를 혼란에 빠트리며 유유히 병원을 탈출해 안방극장의 탄성을 자아냈다. 김건우는 사람을 현혹하는 현란한 말재주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여유로움을 유지하는 포커페이스를 능수능란하게 표현하면서 극의 몰입을 더욱 높였다.
장형민(김건우)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의 범죄 행각이 들통나 경찰의 감시 아래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곧바로 경찰과의 심리전에 나섰다. 우태석(신하균)이 자신을 검거할 수 있도록 함정을 판 채동윤(차선우)에게는 ‘나에게 잘 보이면 증거 조작을 없던 일로 해주겠다’며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발끈한 채동윤이 그 도발에 넘어가 피해자가 일곱 명밖에 드러나지 않은 점과 검찰도 검사인 그를 외면한 사실을 발설했고, 이에 장형민은 만족스러운 듯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한편, 병실에 기자들이 들이닥치자 이번에는 언론까지 주무르는 대담함을 선보였다.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당황하기는커녕, ‘우태석이 스스로 잘못을 밝히면 나도 밝히겠다’며 우태석을 궁지에 몰아넣고 한순간에 여론의 흐름을 바꿨다. 뒤이어 자신을 찾아온 은선재(이설)에게는 13년 전 배여울의 엄마가 죽게 된 이유는 내가 아니라 우태석 때문이라며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 심리를 흔들었다.
겁에 질린 신가영(배다빈)을 이용해 전춘만(박호산)과 독대 자리까지 마련해 낸 장형민은 13년 전 전춘만이 자신을 잡지 못하자 고문과 증거인멸로 가짜 범인을 만들어 낸 일을 들먹이며 협박했고, 결국 은밀한 협상을 통해 탈출에 성공했다.
시체로 변장한 뒤 마지막까지 채동윤과 신가영을 따돌린 역대급 두뇌의 소유자 장형민은 우태석을 다른 장소로 유인하고 본인은 우태석의 부인을 찾아가 잔인한 복수를 감행해 안방극장을 경악에 빠트렸다. 온몸이 침대에 묶인 상태에서도 고도의 머리싸움만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장형민의 치밀함은 60분 내내 커다란 공포를 선사했다. 사람을 교란시키는 여유로운 웃음부터 상대를 제압하는 위압적인 포스까지 순간적으로 교차시키며 분위기에 극명한 변화를 녹여낸 김건우의 디테일이 특히 빛난 회였다.
이처럼 두뇌 하나로 악역 끝판왕에 등극한 김건우는 극이 무르익을수록 더 커더란 공포와 분노를 유발하며 신하균의 유일한 대항마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자신의 검거에 대한 지독한 복수를 해내며 신하균과의 일대일 상황을 연출한 김건우가 앞으로는 또 어떤 분노 유발 모멘트로 숨 막히는 두뇌 대결을 펼칠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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