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방울다다기양배추
※ 편집자 주: 씹고 뜯고 마시고 즐기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화제가 되는 식품, 새롭게 뜨는 푸드 산업, 건강한 먹거리를 중심으로 올바른 정보를 다루는 새 연재물을 마련했습니다. 제대로 알고 먹는 식문화를 위한 한국일보의 ‘먹거리 사전’입니다.
탁구공 만한 크기의 미니 양배추인 ‘방울다다기양배추’가 채소계의 ‘샛별’로 뜨고 있다. 최근 1ㆍ2인 가구 증가와 간편한 요리에 대한 선호에 따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무게가 2~3㎏에 달하는 일반 양배추 품종과 달리, 줄기와 잎 사이 겨드랑이마다 양배추가 포도송이 모양처럼 다닥다닥 달려 있는 게 특징이다. 품종명도 ‘꼬미’나 ‘구슬’처럼 조그맣고 귀엽다.
12일 전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방울다다기양배추는 작은 크기에도 항산화성분인 ‘설포라판’이 일반 양배추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이 함유돼 있어 노화 예방에 효과적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도 풍부해 당뇨 조절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비타민 A는 일반 양배추의 5배, 비타민C는 1.5배나 들어있다. 크기는 작지만 속잎까지 단단한 편이라 푹 익혀 먹어도 비타민C가 잘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방울다다기양배추의 국내 주산지는 제주다. 18~22도의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 제주 월동 작물로 적당하기 때문이다. 제주농업기술원은 지난 2007년부터 방울다다기양배추를 시험재배했다. 이후 농가에서도 상품 출하가 이뤄지며 2014년 5헥타르였던 재배 면적이 2016년에는 100헥타르까지 확대됐다. 다만 아직 일반 양배추 시장 규모엔 턱없이 모자란다. 지난 2016년 기준 전체 양배추 생산액은 1,900억원이었다. 그러나 소비자와의 접점이 늘어날수록 방울다다기양배추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기술원은 내다보고 있다.
방울다다기양배추 같은 미니채소는 유전자 조작의 산물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과는 무관하다. 고순보 제주농업기술원 연구사는 “방울다다기양배추는 일반 양배추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자연 발생한 것”이라며 “문헌에 따르면 1800년대 벨기에 브뤼셀의 한 마을에서 발견된 후 오랜 기간 재배돼 온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미니채소의 ‘원조’격인 방울토마토도 처음에는 국내 시장에서 낯선 존재였지만, 일반 토마토보다 섭취가 간편하고 단맛이 진한 게 알려지며 대중화에 성공했다. 방울토마토는 1988년 전남 보성군 공무원들이 일본 견학을 갔다 ‘꼬꼬’라는 품종을 국내로 재배한 게 시초다. 이후 방울토마토 소비가 확대되며 맛이 상대적으로 싱거운 일반 토마토는 가공용으로, 방울토마토는 가정용으로 시장이 분화되고 있다. 방울다다기양배추 등 다른 미니채소들도 방울토마토의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치선 전북농업기술원 기능성과수실장은 “맞벌이 가구, 1ㆍ2인 가구가 늘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김치ㆍ나물용 채소보다는 음식물 쓰레기가 적은 미니채소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