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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종시 새 정부청사 설계

입력
2018.12.11 18:00
수정
2018.12.12 10:3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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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공건축협회가 2년마다 한 번씩 선정하는 공공건축상이 있다. 2014년 행정시설 부문상은 남부 고치현의 유스하라초(町) 종합청사에 돌아갔다. 건축가 구마 겐고가 게이오대 시스템디자인공학과와 함께 설계한 지상 2층 지하 1층의 이 건물은 내ㆍ외부 건축자재로 나무를 사용했다. 외부에서 보면 목재 레고블록을 쌓은 듯한 건물은 삼나무 집성목이 여기저기 노출돼 있고 단열 섀시도 목재다. 임업이 발달해 ‘숲문화 사회’를 기반으로 ‘환경모델 도시’를 만들려는 마을 전략을 잘 반영한 건물이다.

□ 공공건축은 규모나 용도 때문에 지역의 상징적 건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곧잘 논란의 대상이 된다. 서울시청사 설계 공모 당시 문화재심의위원회는 고궁 등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선작을 여러 차례 퇴짜 놓았다. 그 뒤 어렵사리 나온 결과가 지금 형태다. 그럼에도 완공 이듬해 건축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동아일보가 실시한 조사에서 “주변과 조화되지 않는 외계 건축물”이라며 최악의 현대건축물 1위에 올랐다.

□ 논란이 일었던 세종시 새 정부청사 설계가 결국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권고로 당선안 수정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이다. 세종 신청사는 당선작 결정 직후 심사위원장이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타워형’으로 이미 정해진 심사였다며 사퇴하는 홍역을 치렀다. 누가 봐도 당선작은 ‘탈권위’ ‘탈중심’의 ‘플랫(flat) 시티’ ‘링크(link) 시티’를 표방한 세종시의 도시 이념과 어울리지 않는다. 단지 효율성만 앞세운 건물이다. 재설계가 아닌 당선안 수정이라니, 또 어떤 누더기 결과가 나올지 걱정이다.

□ 경관에 어울리지 않는 위압적인 정부청사의 역사는 깊다. 준공 반세기가 다가오는 세종로 정부서울청사가 대표적이다. 개발에 눈 멀었던 시절이지만 경복궁 코앞에 84m 높이의 19층 건물을 직사각형 박스 모양으로 지어 올린 발상 자체가 놀랍다. 가능하다면 광화문광장 재조성 때 별관까지 포함해 세종로 청사 높이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이번 세종시 신청사 논란 과정에서 건축계가 지적했듯 설계 심사에서 공무원 입김부터 최소화해야 한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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