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노조ㆍ청년공인회계사회 실태조사
내년부터 회계법인에도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감사 업무를 하는 회계사의 절반 이상이 매년 5개월은 주 80시간 이상의 고강도 노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계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는 게 회계사들 주장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과 청년공인회계사회가 최근 회계사 6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매년 성수기(1~3월, 7~8월) 주 80시간을 초과해 노동하는 회계사 비율이 55.7%에 달했다.
회계업계에서는 1~3월 기업 재무제표 감사, 7,8월에는 기업의 반기보고서 검토 업무를 수행한다. 이 기간 회계사들의 업무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회계사들의 응답을 종합한 결과 이 기간 한 주 평균 노동시간이 100시간을 초과하는 비율은 16.0%에 달했고, ▦80~100시간 39.7% ▦64~80시간 26.2% ▦52~64시간 16.0%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됐을 경우 노동시간을 준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일한 회계사는 2.2%에 불과했다.
또 회계법인 입사 후 3~5년차(시니어 직급)인 상대적 저연차 직급의 노동 강도가 더 높았다. 시니어 직급의 성수기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5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9.4%, 1,2년차(주니어)도 34.2%나 하루 15시간 일한다고 답했다. 입사 6~8년차인 매니저급은 26.1%가, 9~11년차(시니어매니저)는 20.8%가 15시간 이상 노동했다.
회계사들은 회사측이 준비중인 탄력근무제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노사간 서면 합의를 거쳐 3개월 평균 근로 시간을 법정 노동시간(주 52시간) 이하로 정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하자는 게 탄력근문제다. 그러나 설문에 응답한 회계사 중 48.5%가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해도 노동강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고 31.3%는 이를 빌미로 노동강도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동강도가 약해질 것을 예상한 회계사는 15.2%에 불과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회계사 2만138명 중 36.2%(7,287명)이 회계법인에서 일하지 않는 ‘휴업 회계사’다. 사무금융노조는 휴업 회계사 비중이 높은 이유가 회계 업계의 강한 노동강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고강도 업무가 낮은 연차의 회계사에만 몰리면 이들이 감사 업무에서 이탈하는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며 “저비용의 낮은 연차 회계사를 늘리기 보다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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