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인 가운데 일본 언론에서 북한 내부 정세가 유동적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신문은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사령부 간부 여러 명이 지난 10월 중순 실시된 검열에서 부정축재 혐의로 숙청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 직속 기관인 호위사령부는 최고지도자와 그 가족, 당 고위 간부들의 신변 경호는 물론 평양의 주요 시설에 대한 경비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이번 검열은 특정 인물에 대한 권력 집중을 견제하고 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도쿄신문은 이날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한 호위사령부가 검열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김정은 위원장 체제 강화가 이번 숙청의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호위사령부 내에서 당의 의향에 따라 소속 군인들의 사상과 행동을 감시ㆍ통제하는 사령부 내 정치부 책임자가 수백만달러를 몰래 소지한 사실이 발각됐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 소식통은 “이번에 숙청된 간부는 이 책임자의 부정축재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에 따르면 호위사령부는 다른 군대와 달리 외부와 교류가 없고 매우 폐쇄적이라 부정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인사들로 구성된 호위사령부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호위사령부는 약 12만명의 정예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우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이른바 ‘북한판 친위대’라고 불리는 조직이다.
도쿄신문은 또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1월말까지 장병들의 정치사상을 통제하는 군 총정치국에 대한 대규모 검열을 실시했다”면서 “황병서 당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제1부국장 등의 간부들이 처벌 받았다”고 전했다. 황병서는 지난해 말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뒤 올 여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했다.
이번 검열은 특정 인물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싫어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소식통은 호위사령부에 대한 검열에 대해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부터 뿌리를 뻗으려는 세력을 배제하고 인사를 쇄신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일본 언론은 이달 초에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 공조가 확인되면서 김 위원장 서울 방문이 어렵게 됐다고 보도하는 등 남북ㆍ북미관계에 대해 청와대와 외교부의 긍정적 설명을 인용하는 한국 언론보다 부정적이고 신중한 기조의 분석을 내보내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em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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