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결함이나 하자로 인한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특히 최근 자동차에 전자장비 탑재가 늘어남에 따라 원인을 알기 어려운 결함이나 하자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동차관리법, 일명 ‘한국형 레몬법’에서는 자동차의 교환 또는 환불 요건을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분쟁을 다루는 중재 절차를 신설하였다.
즉, 기존에는 자동차에 결함이나 하자가 있어도 교환이나 환불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었고, 한국소비자원에서 제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으나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교환이나 환불 여부는 자동차제조·수입사의 결정에 따라 좌우되어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자동차의 교환이나 환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인도 후 1년·20,000km 이내의 자동차가, (i) 원동기·동력전달장치·조향장치·제동장치 등에서 발생한 동일 증상의 하자를 2회 이상 수리하였으나 그 하자가 재발한 경우, (ii) 그 밖에 다른 장치에서 발생한 하자에 대해 3회 이상 수리하였으나 하자가 재발한 경우, (iii) 각 하자에 대한 수리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경우 중 어느 한 가지에 해당된다면, 자동차의 소유자는 제조·수입사에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여 자동차의 교환·환불을 강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신설하여 자동차의 교환 또는 환불을 위한 중재 절차를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인도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발견된 하자는 인도된 때로부터 존재한 것으로 추정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는 인도일로부터 6개월 이내인 신차에 한하여는 하자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실상 자동차 제조·수입사에 전환한 것이라는 점에서 자동차의 초기 결함에 관한 교환이나 환불을 용이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내년부터는 자동차에 하자가 있으면, 특히 인도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차의 경우 모두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자발생 시 신차로의 교환 또는 환불 보장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포함된 서면계약에 따라 판매된 자동차”인 경우에만 교환·환불에 관한 규정이 비로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제47조의2 제1항 제1호).
여기에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i) 총 판매가격, (ii) 인도 날짜, (iii) 하자발생 시 신차로의 교환 또는 환불 보장, (iv)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가 제정한 교환·환불중재 규정 및 그 수락 사실, (v) 신차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교환·환불중재 규정의 요지를 구매자에게 설명하고 구매자가 이를 이해하였다는 서명, (vi) 하자재발 통보를 받을 자동차제작자등의 대표자 및 주소를 말한다.
즉, 자동차의 제조·수입사가 하자발생 시 신차로의 교환 또는 환불을 보장하는 내용을 자동차매매계약서에 명시하지 않는다면, 앞서 살펴 본 교환·환불에 관한 개정 자동차관리법 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고, 그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더라도 교환·환불에 관한 중재 규정 수락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수락하지 않거나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 절차가 아닌 일반 민사소송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필자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던 지난해 초부터, “교환·환불에 관한 내용을 자동차매매계약서에 추가하도록 강제하는 수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 규정 수락을 강제할 근거도 없다”는 점이 문제임을 지적하였는데, 이에 대한 보완책은 마련되지 않은 채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런데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내년부터 자동차에 결함이나 하자가 있으면 무조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한 것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기사들이 다수였던 반면에, 교환·환불의 전제조건인 자동차매매계약서의 내용이나 교환·환불에 관한 중재 규정 등을 보도한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개정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교환·환불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매매계약서에 그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고 자동차 제조·수입사들이 교환·환불에 관한 중재 규정을 수락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부 당국이나 언론,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자동차의 교환·환불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전제조건인 자동차매매계약서의 실태를 파악하고 교환·환불에 관한 중재 절차의 준비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제도의 안착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강상구
* 강상구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을거쳐 현재 법무법인 제하의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자동차 관련 다수의 기업자문 및 소송과 자동차부품 다국적기업에서의 파견 근무 경험 등을 통해 축적한 자동차 산업에 관한 폭넓은 법률실무 경험과,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얻게 된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강변오토칼럼]을 통해 자동차에 관한 법률문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법률 해석 등을 제시하고 있다(skkang@jeh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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