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구간 저속 운행… 강릉선 예매율 14%P 급감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열차를 타기는 했는데 불안한 건 사실이죠.”
10일 오전 5시30분 강릉발 첫차를 탄 한 승객은 걱정과 불안한 마음을 떨구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솔직히 언제 또 돌발사고가 발생할까 두렵다”며 “강릉선 외 경부선 등 다른 철도노선은 안전한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일부 승객은 새벽 시간임에도 안전운행을 걱정하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기중기 등 중장비 31대와 385명의 인력을 투입, 10일 오전 2시쯤 복구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어 시운전을 거쳐 오전 5시30분 강릉발 첫차가 승객 112명을 태우고 예정대로 출발했다. 지난 8일 열차 운행이 주말 내내 중단된 지 46시간 만에 운행을 재개했지만 주민들의 걱정과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너무도 미흡한 출발이었다.
강릉시민 김종용(65)씨는 “지난 여름 1시간 폭우에 마비된 강릉역 침수와 이번 사고까지 평창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무리한 속도전에 나서다 안전점검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강릉선은 교각과 터널이 많은데 안전하게 관리되는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개통은 했지만 완벽한 속도를 회복한 것도 아니다. 이날 KTX열차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탈선 사고가 난 청량신호소 구간을 시속 30~40㎞로 저속 운행했다. 2분 늦게 서울 청량리역을 출발한 강릉행 KTX열차도 이날 오전 7시 10분 종착역에 도착했다. 강릉역에서 열차에 탑승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이번 사고로 국민들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으나 KTX와 코레일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탑승률도 크게 떨어졌다. 코레일이 밝힌 이날 강릉선 KTX의 예매율은 42.9%로 한달 전(56.6%)에 비해 13.7%나 포인트 떨어졌다. 탈선 사고 여파로 열차 안전을 믿지 못한 승객 상당수가 고속버스 등 대체 교통편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릉시 번영회와 강릉상공회의소 등 지역사회는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정밀 안전점검을 촉구했다. KTX열차의 신뢰도 추락으로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할 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최종봉(66) 시 번영회장은 “개통 1년도 되지 않아 가장 안전해야 할 노선에서 후진국형 탈선사고가 나다니 어이가 없다”며 “정부 자원의 정밀 안전진단을 통해 전국 KTX노선이 일본 신칸센과 같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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