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유엔 산하기구가 요청한 지원금 1억1100만弗 필요 없어”
북미협상 재개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 내에서는 북한 정권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잇따라 흘러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유엔 산하 기구가 책정한 대북 지원 자금에 대해, 북한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도 불필요하다는 논리다.
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의소리(VOA)에 “북한 정권이 핵ㆍ무기 개발에 사용하는 자금만으로도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대북 지원으로 요청한 1억1,100만달러를 완전히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OCHA가 앞서 대북 지원금으로 책정한 1억1,100만달러는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북한 주민 1,000만명 중 600만명에게 지원 가능한 액수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인도적 위기는 북한정권이 자초한 것”이라며 “북한 정권은 불법적 핵ㆍ무기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자국민을 착취하고 굶주리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또 어린이, 노인들도 종종 수감되는 구금시설에 대해 북한이 인도주의기구 요원의 접근을 막는 등 “인도주의적 활동을 심각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데 깊이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OCHA의 요구에 따라 내년에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북한이 여전히 아프리카 지역에 용병이나 군사교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폭로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과 군사ㆍ경제적 관계를 단절했다고 밝혔던 우간다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고 대북 군사교류를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간다의 주요 공군기지 중 한 곳에서 북한특수부대 요원들이 우간다 정예군을 대상으로 특공무술부터 헬기 사격술에 이르기까지 비밀군사교육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 신문 소속 기자가 지난달 우간다 나카송골라 공군기지를 방문했을 때 4명의 동양 남성을 목격했고 우간다 군 관계자로부터 북한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북한군 요원들은 우간다 기갑여단에서 장갑차 조립과 수리를 자문하고 있으며, 수도 캄팔라에서 30마일(48㎞) 떨어진 루가지에 군사기술대학 설립을 돕는 것으로 전했다. 우간다 동부 빅토리아 호수 주변의 마가마가 기지 수륙양용 훈련장에도 북한 군 관계자들이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이런 조치가 2016년 한국과 약속했던 걸 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캄팔라를 방문했을 때 우간다 정부는 한국에 인프라 및 군사장비 지원을 부탁하는 한편, 대북 경제적ㆍ군사적 접촉을 중단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캄팔라 인근 공군기지에 머물던 북한군 요원들을 우간다 동부 외진 비행훈련학교로 거처를 옮기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북한이 탄자니아, 수단, 잠비아, 모잠비크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은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행태에 우려를 표시했다. 호주 시드니대의 북한 연구자 저스틴 해스팅스는 WSJ에 “이런 작은 나라들과의 경제적 유대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김정은 정권의 경제가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면서 “북한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디서 무슨 일이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경제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한 북한의 다양한 시도를 주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왕구 기자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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