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난독증 환자 – 이런 건 어떨까요 
[저작권 한국일보]10일 국민대 읽기쓰기클리니컬센터의 연구원이 온라인 난독증 읽기학습시스템인 ‘음파음파’를 이용해 원격으로 난독증 아동에게 자음ㆍ모음 구별 훈련을 하고있다. 난독증은 어릴때 발견할수록 개선여지가 높지만 단순 학습부진으로 여겨져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홍인기 기자

난독증 환자와 학부모들이 가장 애타게 바라는 것은 ‘조기 발견’이다. 난독증은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증상이지만, 일찍 발견해 적절한 읽기 훈련을 하면 상당 부분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언어 학습을 시작하는 4~6세나 초등학교 1학년 정도에는 난독증 사실을 알고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동안 교육현장에서 난독증은 물론 학습장애에 대한 이해가 낮아 ‘개선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흔했다. 난독증이 있는 중학생 자녀를 둔 이미선(45ㆍ가명)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이가 글을 잘 못 읽어 걱정이라고 담임 교사와 상담했지만 그때마다 ‘조금 늦는 것이니 기다려보자’는 얘기만 들었다”며 “비슷한 일이 반복되다 초등학교 3학년이 끝날 때쯤에야 정확한 진단을 받았지만 이미 많이 늦은 시기였다”고 아쉬워했다.

학교에서 난독증 학생을 선별할 수 있는 방법은 ‘기초학력진단검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판별을 위해서는 전문기관에서의 정밀검사가 필수지만,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위험군’을 선별해 정밀진단과 적절한 치료방법을 안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학 후 첫 번째 기초학력진단검사는 이미 난독증이 상당히 진행된 뒤인 초등 3학년에야 실시된다. 물론 초등 1학년에도 담임교사나 학교 등의 재량으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난독증이 단순 학습부진으로 쉽게 혼동되는데다, 교사들 역시 학부모들의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검사를 제안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정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초등교사인 김중훈 한국난독증협회 이사는 “이미 진단도구는 많이 개발돼있지만 이를 활용해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지원할 정부 차원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2016년엔 김명연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초등 1, 2학년을 대상으로 난독증 검사를 매년 실시해 치료를 지원하고 학업중단을 방지하자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째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일부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난독증 학생 지원대책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2014년 관련 조례를 제정한 뒤 교육청과 함께 학습장애 위험군 선별검사를 실시하고있다. 의정부ㆍ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 등은 전문가와 연계해 관련 센터를 운영하거나 원격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대전, 인천 등도 최근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양민화 국민대 교육학과 교수(읽기쓰기클리니컬센터장)는 “2016년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선별ㆍ지원하도록 학교장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데다 각 지역의 기초학력보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원격 언어학습 프로그램 등을 사용해 접근성을 더욱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공교육에서의 난독증 지원은 갈 길이 멀다. 일부 난독증 학생들은 시각장애인용 음성 교재를 빌려 겨우 공부해나가는 상황이지만 그마저도 초등용만 지원된다. 특히 전문기관의 난독증 치료가 회당 10만원에 육박하는 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김중훈 이사는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면 진단과 치료도 빠르지만 반대의 경우 치료시기를 놓친 채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책도입에 앞서 난독증을 바라보는 시선을 전환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신영화 난독증부모모임 대표는 “사람마다 더 가진 부분도 있고 덜 가진 부분이 있는 것처럼 난독증도 일종의 개인 특성이라 여겨 부정적 꼬리표를 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