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과 국제노동인권단체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유엔 회원국 특히 정치ㆍ경제적 영향력이 강한 국가들이 지향하는 바의 괴리가 점차 커져 가는 듯하다. 그 경향은 1980년대 영국과 미국 보수정권이 주도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본격화했지만, 금융ㆍ자본ㆍ상품의 세계화에서 노동력의 자유화ㆍ세계화만은 예외였다. ‘자국민 중심주의’란 말이 부끄러움 없이 사용되는 게 단적인 예다. 이 말은 불법체류 노동자를 중심에 둔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처우와 차별을 정당화한다. 트럼프 체제의 미국과 브렉시트의 영국, 그외 다수 유럽 국가들의 보수 우경화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의 최근 잇따른 적나라한 발언들도 이 흐름에 편승한 거였다. ‘자국민 중심주의’라는 좁은 계산의 타산이, 정치인 개인의 인지도나 당장의 선거에서 보탬이 될지 모르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국민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는 건 위험하다. 오히려, 극단적인 반성일지 모르지만, 인류는 광의의 자국민중심주의로 인해 지난 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렀고, 더 앞서는 무수한 제국주의 전쟁을 겪었다. 한국도 그 전화(戰禍)의 피해국이었다.
12월 18일은 2000년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International Migrants Day)’이다. 앞서 1990년 12월 18일, 유엔 총회는 ‘이주노동자 및 가족의 권리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을 채택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존재와 역할이 노동자 송출국뿐 아니라 수용국의 경제 및 문화에 기여하는 바를 되돌아보고, ‘협약’의 가치와 실효적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오늘을 ‘이주 노동자의 날’이라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17년 말 현재 세계 45개국이 협약을 비준했고, 14개국이 서명을 마치고 비준을 준비 중이다. 한국은 아직 서명조차 하지 않고 있으므로, 적어도 이주노동자 권리 문제에 관한 한 한국 정부는 이언주 의원의 저 입장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유엔경제사회국(UNDESA) 집계, 2017년 현재 국제 이주민은 2억5,770만명으로 지구 총인구 (75억명)의 3.4%이며, 1990년의 2,9%에서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한국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체류 외국인은 218만명(불법체류 약 25만명)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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