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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8!] 희로애락이 교차했던 박중훈을 만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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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8!] 희로애락이 교차했던 박중훈을 만나다 ①

입력
2018.12.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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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디엔터테인먼트컴퍼니 제공
박중훈. 디엔터테인먼트컴퍼니 제공

연말 결산 [굿바이 2018!]의 첫 주인공이 왜 박중훈이냐고 누구는 궁금해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올 한해 박중훈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추려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법하다. 한국영화 이제는 한국 연예계 전반의 ‘맏형’으로 올 한해 다시 기지개를 켠 박중훈을 만났다.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사려깊은 입담에 푹 빠져들었다.

한국일보(이하 HI) :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유독 다사다난했던 한해다. 기쁜 일과 슬픈 일, 의미있는 일이 숨 돌릴새 없이 계속 이어졌다.

박중훈(이하 박) : 맞다. 개인적으로 잊지 못할 한 해다. 먼저 슬픈 일부터 털어내는 게 어떨까. 정말 친했던 친구 녀석이 올해 초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패션업계 CEO로 능력을 인정받던 친구였는데, 암 투병 6개월만에 죽었다. 이어 평소 형처럼 존경하고 따르던 노회찬 의원과 투병중이시던 어머니가 모두 올 여름 돌아가셨고, 얼마전에는 신성일 선배님이 타계하셨다. 특히 신성일 선배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하필이면 외국에 있어 마지막 가시는 길을 뵙지도 못했다. 안성기 형님을 도와 장례식을 챙겼어야 했는데…속상하고 안타까웠다.

HI : 이제는 기뻤고 의미있었던 사건을 짚어보자. 지난 10월 ‘우묵배미의 사랑’이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됐다. 지금도 활발히 활동중인 배우의 초기작이 30여년만에 재개봉되는 사례는 우리 영화사에서 무척 드물다.

박 :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얘기했지만,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우묵배미…’를 촬영할 때가 1989년에서 1990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이었으니까 내 나이 스물 셋넷이었다. 지금의 내 아들 딸과 또래이거나 어린 내 모습을 스크린에서, 그것도 깨끗한 화질로 다시 만난다는 건 배우만이 경험할 수 있는 기적이었다.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에 출연했을 당시의 박중훈. KMDB 제공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에 출연했을 당시의 박중훈. KMDB 제공

HI : 지금으로 치면 박보검 이상의 높은 인기를 누리던 파릇파릇한 남자 배우가 불륜을 저지르고 아내에게 들켜 실컷 쥐어터지는 영화에 출연했다.(웃음) 1988년작 ‘칠수와 만수’, ‘우묵배미…’와 같은 해인 1990년 개봉됐던 ‘그들도 우리처럼’까지 포함하면, 요즘 일부의 시선으로 볼 때 좌파 운동권 영화까지 섭렵했던 셈이다.

박 : 듣고 보니 그러네. 당시는 좋은 감독님들의 영화라면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출연하고 싶었다. ‘칠수…’와 ‘그들도…’의 박광수 감독님이나 ‘우묵배미…’의 장선우 감독님이나 이른바 ‘코리안 뉴웨이브’로 불리던 실력파다. 그런 분들의 작품인데 무슨 계산이 있었겠나? 박중훈을 코미디 전문으로 어렴풋이 기억하는 20~30대 관객들에겐 난데없는 얘기로 들릴 지도 모르겠다. (웃음)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에서 박중훈이 극중 아내 유혜리에게 선물받은(?) 수난 2종세트. KMDB 제공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에서 박중훈이 극중 아내 유혜리에게 선물받은(?) 수난 2종세트. KMDB 제공

HI : 영화에서 맞고 때리는 얘기만 계속해 미안하다. ‘우묵배미…’에서 아내 역의 유혜리에게 당한 한(恨)을 ‘그들도…’에선 심혜진에게 풀었다.

박 :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력을 일삼는 탄광촌의 패륜아였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극중에서 심혜진을 때린 죄로 문성근 형님한테 죽도록 맞았다. 심지어 나중에는 심혜진에게 칼로 찔려 죽는다니까! (웃음). 알고 보면 맞기도 많이 맞고 죽기도 많이 죽었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의 박중훈(왼쪽). OCN 제공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의 박중훈(왼쪽). OCN 제공

HI : 두들겨맞아 상처투성이인 얼굴의 박중훈을 지난 2월 종영된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에서 오랜만에 다시 봤다. 그것도 24년만에 스크린이 아닌 안방극장에서다.

박 : 1993년 11월부터 1994년 1월까지 방송됐던 SBS 창사 특집극 ‘머나먼 쏭바강’ 이후 내 연기 인생 두 번째 드라마다. 출연 계기? 간단하다. 좋은 드라마로 인기 좀 다시 얻고 싶었다. 비교적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지만, 아쉬움도 살짝 남는다. 홈런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 2루타 때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HI : 2루타도 나쁘지 않은데 왜 아쉬움이 남았을까?

박 : 드라마 종사자들에겐 대단히 죄송스러운 얘기인데, 24년전과 비교해 제작 환경이 거의 바뀌질 않은 걸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촬영팀을 나눠 초인처럼 쉬지 않고 밤샘 촬영하기를 여전히 밥 먹듯이 하더라. 대본이 완성되지 않아 자신의 캐릭터가 다음 회에서 죽을 지 살 지도 모른 채 연기한다는 것도 안타까웠다.

HI : 2000년대 초반 ‘찰리의 진실’로 할리우드에 다녀온 뒤 촬영장에서 최소한의 휴식과 복지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 당시엔 욕도 많이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박 : 맞다. “할리우드 물 좀 먹었다고 뵈는 게 없다”며 여기 저기에서 시달렸다. 그런데 지금 표준근로계약 도입으로 내 주장이 어느 정도 현실화되지 않았나? 그때나 요즘이나 나만 현장에서 대접받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드라마 종사자들에겐) 쓴소리로 들려도 좋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는 누려야 한다고 본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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