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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ㆍ화재ㆍ탈선 등 3주간 사고 10건… 안전 구멍 뚫린 고속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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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ㆍ화재ㆍ탈선 등 3주간 사고 10건… 안전 구멍 뚫린 고속철도

입력
2018.12.09 18:34
수정
2018.12.09 22: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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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연발 못 믿을 코레일] 

 기찻길은 매년 증가 추세… 정비인력 지난해 205명 부족 

 열차 지연 2년새 3배 급증… 사고난 지점 점검도 1년 못해 

9일 오전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기중기를 이용해 선로에 누운 객차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9일 오전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기중기를 이용해 선로에 누운 객차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8일 KTX 강릉선 열차 탈선을 비롯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구간에서 사고가 속출하면서 철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철저한 관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모든 운영 체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이는 철도 분야의 특성을 감안하면 연이은 사고는 안전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주 동안 사고 10건 잇따라 

9일 국토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최근 3주 간 코레일 운영 구간에서 발생한 사고는 10건에 달한다. 지난달 19일 서울역으로 진입하던 KTX 열차가 선로 보수 작업 중이던 포크레인의 측면을 들이받아 작업자 3명이 다쳤다. 하루 뒤인 20일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는 KTX 열차 전기공급 중단으로 고속철도 경부선과 호남선, 상ㆍ하행선 열차 120여 대의 운행이 지연됐다. 수많은 승객이 3시간가량 사고 열차에 갇히고 서울∼부산 열차 운행시간이 최장 8시간 걸리는 등 사상 초유의 ‘대혼잡’이 빚어졌다. 22일에도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분당선 열차가 수서역 부근에서 고장으로 멈춰서 승객들이 1시간 넘게 열차에 갇히고 운행도 지연됐다. 23일에는 무궁화호 열차가 발전기 고장으로 원주역에 멈춰 서면서 운행이 1시간가량 지연됐다.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코레일은 23일 오영식 사장 주재로 ‘긴급 안전대책 회의’를 열고 열흘 간을 비상 안전경영 기간으로 선포하고 간부급 전원의 휴일 반납, 특별 점검과 안전교육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선포는 바로 다음날 무색해졌다. 24일 오후 3시 광명역과 오후 8시 오송역에서 KTX 열차가 잇따라 고장 나 운행이 지연됐다. 28일에도 호남선 KTX 열차가 익산역 부근에서 20분 가량 멈춰 섰다.

급기야 지난 5일 이낙연 총리가 대전 코레일 본사를 방문해 국가기간시설인 철도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불신을 불식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사흘 만인 지난 8일 KTX 강릉선 열차 탈선이라는 대형 사고까지 터졌다. 이 사고에 가렸지만 이날 대구역에서도 KTX 열차가 30분 가량 멈춰 섰다.

[저작권 한국일보]강릉선 KTX_송정근 기자/2018-12-09(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강릉선 KTX_송정근 기자/2018-12-09(한국일보)

 ◇KTX 지연운행 70%가 차량ㆍ시설 결함 

코레일의 열차 사고는 최근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차량 고장과 시설물 장애 등으로 발생하는 열차 지연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하고 있다.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종착역 기준 16분 이상 지연된 열차는 6,844건(총 지연시간 2,757시간)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5건 이상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열차 지연 건수는 2,850건으로 2016년 1,364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KTX의 열차 지연 건수도 2015년 85건에서 2016년 124건, 2017년 223건으로 2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KTX 지연 원인의 1위는 차량 고장(267건), 2위는 시설물 장애(143건)로 차량이나 시설물 결함으로 인한 지연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KTX 차량 고장으로 인한 지연은 2015년 41건에서 지난해 113건으로 2.8배 증가했고, 시설물 장애로 인한 지연도 2015년 19건에서 지난해 69건으로 3.6배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시속 300㎞ 이상으로 운행하는 터라 사소한 결함과 실수 하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고속철의 안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정비인력 부족이 근본 원인 

빈발하는 열차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철도 전문가들은 매년 증가하는 선로시설물에 비해 정비인력의 부족이 턱없이 부족한 점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코레일의 선로시설물 즉 ‘기찻길’은 2015년 8,465km에서 2016년 9,000km, 2017년 9,364km로 증가 추세다. 그런데도 이를 정비해야 할 관련 인력과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차량유지보수분야 정비인력의 경우 2015년 정원에 비해 38명이 부족했는데 2016년에는 190명, 지난해에는 205명이나 부족했다. 정비인력 관련 예산(시설 분야)도 감소 추세다. 2015년 4,337억원에서 2016년 4,333억원, 2017년 4,243억으로 2년 새 94억원이 줄어들었다. KTX 강릉 탈선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선로전환기 신호시스템 오류 역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1년 넘게 사고 지점의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과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열차 사고는 한번 나면 대형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정비 분야에 대한 인력 증원과 장비의 현대화 등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민규 동양대 철도경영학과 교수는 “새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따지다 보면 안전과 관련한 부분을 간과하기 쉽다”며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장비 현대화와 인력 고급화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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