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승강PO 2차전 후반 동점골… 팀 1부 잔류 확정
박주영(33ㆍFC서울)의 발을 떠난 볼이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텅 빈 골 문 안으로 또르르 굴러 들어갔다.
올해 프로축구 K리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골이었고 동시에 벼랑 끝에 몰린 서울의 K리그1(1부) 잔류를 확정 짓는 득점이었다.
서울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 프로축구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추가시간 터진 박주영의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지난 6일 1차전 원정에서 3-1 역전승을 거뒀던 서울은 천신만고 끝에 내년에도 1부에서 뛰게 됐다. 반면 부산은 2년 연속 승강 PO에서 좌절을 맛봤다.
올 시즌 서울이 승강 PO를 치를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우리가 2부에서 뛸 수 있다는 상상 만으로 너무 힘들었다. 나부터 ‘설마’ 하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승강 PO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감독인 나부터 반성 하겠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서울은 원정 1차전을 이겨 유리했지만 2차전도 결코 쉽지 않았다. 최소 3골이 필요한 부산은 거세게 나왔다. 전반 15분까지 점유율은 부산이 85대15까지 앞섰다. 전반 32분 부산 김진규(21)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서울은 전반에 단 한 개의 슛도 때리지 못했다.
영하의 강추위 속에 평소 서울과 라이벌인 수원 삼성, 전북 현대 등의 팬들까지 부산 서포터와 어울려 “서울 강등”을 외쳤다.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들은 잔류를 염원하는 서울 팬들에 맞서 90분 내내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최용수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벤치에 있던 박주영을 교체로 들여보내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부산은 계속 경기를 주도했다. 부산은 후반 중반 서너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지만 서울 골키퍼 양한빈(27)에 막히거나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수세에 몰려있던 서울은 후반 추가 시간 박주영이 부산 골키퍼 구상민(27)이 골 문을 벗어난 틈을 노려 하프라인 앞에서 40m 짜리 장거리 슛을 꽂아 넣어 한숨 돌렸다.
박주영은 올 시즌 정규리그서 20경기 3득점에 그치며 이름값을 못했다. 시즌 중간에는 황선홍, 이을용 전임 감독에 불만을 나타내는 듯한 글을 SNS에 남겨 논란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 스타답게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은 “밖에서는 (선수단) 안을 못 보니 논란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진 않았다. 우리 선수들 모두 훈련이나 노력을 게을리한 건 아닌데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동생들이 ‘형 오늘 왜 훈련 안 해요’ ‘왜 경기에 못 뛰어요’라고 물을 때 할 말이 없었다”며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그를 다독인 건 10월 말 소방수로 투입된 최용수 감독이었다. 박주영은 “최 감독님이 오시고 훈련과 경기에 복귀시켜 주셨다. ‘단 1분을 나가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서울은 우승이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3위 이내)를 경쟁하는 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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