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된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철로에서 8일 탈선한 강릉선 한국고속철도(KTX) 열차 사고는 결국 ‘인재(人災)’로 판명될 전망이다. 다행히 저속으로 출발한 직후 이어진 탈선이어서 인명피해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시속 250㎞ 이상의 KTX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선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는 지적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들이 전날 서울역으로 향하던 KTX산천(제806호) 열차의 노선 이탈 지점인 강릉시 운산동 차량지기 앞 사고 현장에서 초동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사고 직전인 지난 8일 오전 7시30분쯤 강릉역과 코레일 관제센터에 KTX 강릉선과 영동선이 나뉘는 남강릉 분기점 신호제어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사고 직후 이 노선을 관리하는 청량신호소의 선로전환 시스템과 연결된 케이블이 엉뚱한 곳에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이번 사고도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사고 직후, KTX 탈선의 직접적인 원인은 기온 급강하에 따른 영향으로 쏠렸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도 사고 당일 강릉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기온이 급강하 할 경우 선로 부분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었다”고 지적하면서였다. 하지만 사고가 났던 문제의 KTX 출발 이전 시각에 이미 2차례나 열차가 운행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떨어졌다.
결국 이번 KTX 이탈의 직접적인 원인은 케이블이 부실 시공으로 잘못 연결된 채 공사가 마무리 됐는지, 아니면 누군가 이 회선을 임의로 조작했는지 여부로 좁혀지고 있다. 이 가운데도 처음부터 시공이 잘못 됐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코레일 관계자 역시 “최근 1년간 열차가 남강릉과 서울 방향 모두 정상적으로 신호를 줬기 때문에 애초부터 부실 설계와 시공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문제의 회선에 대한 임의 조작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2011년 2월 발생한 광명역 KTX탈선사고처럼 누군가 임의로 시스템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시스템은 전문가가 아니면 함부로 조작해선 안 된다”며 "탈선 사고 시간과 임박해 누군가 청량신호소에서 케이블 건드렸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코레일측은 문제의 회선에 대한 마지막 점검을 지난해 9월 이후 실시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KTX 탈선 사고 원인은 선로전환기 전환 상태를 표시하는 회선의 잘못된 연결로 발생한 신호시스템의 오작동이란 1차 추정 진단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전문가들도 “신호시스템의 오작동으로 ‘멈춤’ 신호를 보내지 못했고 사고 열차가 해당 레일에 진입하면서 탈선사고로 이어진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로전환기는 선로가 나눠지는 분기점에서 열차가 예정된 선로로 진입, 주행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참에 사고가 난 KTX산천 차량의 결함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고가 난 KTX산천 열차는 지난해 3월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다 영종대교에서 멈춰 섰던 차량이다. 당시 열차 전력 공급 장치 내 볼트가 1개 풀려 배터리가 방전되며 사고가 난 바 있다.
한편 이번에 탈선된 강릉선 KTX의 정상 운행은 밤샘 복구 작업까지 진행되면서 10일 오전 5시30분 강릉발 열차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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