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불경 ‘위방가’ 첫 완역한 각묵 스님
“부처님의 가르침은 교학과 수행이 함께 실행돼야만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론 정립의 과정 없이 무작정 수행만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를 바랍니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61)이 초기불교의 핵심경전인 ‘위방가’를 국내 최초로 완역해 최근 출간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위방가’는 초기불교 교학과 수행의 18가지 핵심주제에 관한 상세한 분석을 모은 논서다.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각묵 스님은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이 일부 대승불교의 편협한 접근법으로 전파되지 못하고 있다”며 “초기불교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대승불교도 꽃을 피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79년 출가한 각묵 스님은 7년간 선원에서 안거한 후 인도로 유학을 떠났다. 불교 명문 푸네대학교에서 10년간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등을 배워 초기 경전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초기불전연구원장인 대림 스님과 함께 율장, 경장, 논장 등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위방가’는 논장(초기불교 교단의 법에 대한 논의가 응축돼 있는 책)의 일곱 가지 논서 가운데 두 번째에 해당하는 책이다. 각묵 스님은 고대 인도어 팔리어로 쓰인 원전을 2년간 번역해 두 권의 책으로 묶었다. 각묵 스님은 “법 연구야말로 승가가 해야 할 근본”이라 말했다. “인간이 가지는 관심은 크게 나, 세상, 진리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를 교학으로 정리해서 말하고 있죠. 이 세 가지 문제를 이해한 후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수행을 해야 합니다.”
각묵 스님은 “법의 상속자보다 재물의 상속자가 되는” 우리 승가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문화재 관람료 징수와 같은 재물의 문제에 빠져 교학을 등한시하고 포교에도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재 관람료는 국립공원 내 유명 사찰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받는 돈으로 사찰 주변을 지나는 이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받는다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각묵 스님은 “스님들이 문화재 관리위원이 되고 있다”고 꼬집으며 “불교의 본질로 되돌아오고 가르침을 펴내는 데 힘쓴다면 불교 대중화 문제도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승가에서 법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국내 불교가 대중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지도서의 부재를 꼽기도 했다. 예를 들어 대승(大乘)을 이 시대에 통용되는 말로 번역해 알리지 않으니 “신비에 가득 찬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니, 젊은 층에게는 와 닿지 않는 거지요. 분석적 가르침과 방법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님은 같은 맥락에서 한국 불교가 남방불교와 초기불전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묵 스님은 불교 용어 3,200개를 정리한 ‘팔리어 용어 사전’을 편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해당 단어의 어원과 원문, 출처까지 밝혀 제대로 된 용어 사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팔리어 용어 사전 다음엔 1만5,000개 단어를 묶어 세계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울 만한 불교대사전을 만들고 싶어요. 율장도 한글로 옮겨야죠. 제가 복이 있다면, 생전에 제 몫을 다 하고 눈감을 수 있을 겁니다.”
글ㆍ사진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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