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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본으로 돌아가기

입력
2018.12.10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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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든, 공부든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이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더 빨리 진도를 나가고 싶은 마음, 남들에게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기본적인 것들을 가볍게 생각하고 더 어렵고 근사해 보이는 것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실력과 성과를 보여야하는 시점이 되면, 그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것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게 되고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된다.

희소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자원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분배는 시장의 작동원리에 의해 달성된다. 시장에서 가치 있는 어떤 것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초과수요의 상황은 가격상승의 압력을 만들어내고 이는 자연스럽게 시장참가자들로 하여금 공급량을 늘리고 수요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균형에 이르게 한다. 그렇게 형성된 균형가격에서 그 사회는 가장 높은 수준의 사회적 후생을 누리게 된다.

여러 정치적 고려에 의해 가격의 상한을 정하는 규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많은 경우 그와 같은 규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치적 슬로건과 함께 이루어진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므로 설정된 가격의 상한은 균형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일 확률이 높다. 균형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상한이 법에 의해 강제되고 있으므로 그 상황은 상시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초과수요의 상황이다. 가격의 상승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규범적으로 봉쇄되어 있으므로 시장메커니즘이 아닌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경쟁과 자원배분의 규칙이 정해진다. 배급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생필품을 얻기 위해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거나, 부족하게 공급되는 재화를 나누어주는 권한을 가진 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과 은밀한 거래를 해야 한다. 암시장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암시장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시장가격에 위험비용까지 더해진 높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사회적 약자들은 그와 같은 비시장적 경쟁에 능숙하지 못하다. 정치적 슬로건으로 보호하겠다고 선언된 구성원들의 더 심화된 곤궁과 비극으로 이어진다. 또한 설정된 가격의 상한은 전체적인 구성원들의 삶을 더 풍족하고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각 경제주체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꺾는다. 어느 경제학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폭격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느 도시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황폐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대료의 상한을 정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같이 가격의 하한을 정하는 규제 이후에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기본에 충실한 설명이 가능하다. 가장 취약한 비숙련 청년 노동자들,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는다. 그들을 포용하겠다는 선한 취지의 정부의 개입과 노력은 많은 경우 조직화된 이익집단들과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더 늘려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물론 시장이 만능의 선한 존재는 아니다. 실패한 시장의 자원배분결과를 국가가 교정해야하고 또 잘 교정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역시 마찬가지로 기본에 충실한 설명이 가능하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그 사회 구성원의 노동의 가치가 함께 상승하는 것이 수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가 나서서 최저임금의 하한을 급격하게 높이고, 자발적 계약으로도 일정 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하면서, 세금으로 걷은 돈으로 국민들의 전체적인 소득을 높이고 그렇게 높아진 소득이 국가경제의 성장을 주도한다는 설명은 기본적인 것의 대부분을 건너뛰고 지나치게 심화된 것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정부를 포함해서 미래의 어떤 정부도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힘들고 답답하더라도 기본적인 것들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경제의 문제이든, 정치의 문제이든.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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