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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불청객' 한랭질환, 초겨울이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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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불청객' 한랭질환, 초겨울이 더 위험

입력
2018.12.11 13:4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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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중순~1월 저체온증ㆍ동상ㆍ동창 등 70% 발생 

 65세 이상 고령인이 한랭질환자 40% 차지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9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한랭질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퇴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9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한랭질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퇴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9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맹추위로 저체온증ㆍ동상ㆍ동창(凍瘡) 등 한랭질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한랭질환자의 70% 정도가 한파가 시작되는 12월 중순부터 1월 사이에 발생했다. 특히 한랭질환은 한겨울보다 추위에 아직 적응이 덜 돼 있는 초겨울에 더 잘 생긴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50대 이상 나이가 들수록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자가 많이 생긴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인이 한랭질환자의 40%나 차지할 정도다. 나이가 들면 체열을 만들어내는 근육이 줄고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졸리면서 말 어눌해지면 저체온증? 

가장 흔한 한랭질환인 저체온증은 심부(深部)체온(중심체온)이 35도 이하(체온은 평소 36.5~37.5도로 유지된다)로 떨어질 때를 말한다.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오한ㆍ호흡장애 등이 생긴다. 피로감이 극심해지고 근육이 굳어 말이 어눌해진다. 중증이면 기억장애까지 나타난다.

저체온증은 심부체온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한다. 32~35도에서는 경증, 28~32도는 중등도, 28도 이하라면 중증 저체온증이다. 경증이면 팔다리가 심하게 떨리고 피부에 닭살이 돋고, 창백해진다. 체온이 34도 이하로 낮아지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어눌해지며 자꾸 잠이 온다. 33도 이하가 되면 외부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운동실조증과 함께 감정이 없어지게 된다.

중등도 저체온증은 의식 상태가 더 나빠진다. 떨림이 없어지고 심장박동과 호흡수가 줄어들며, 심장이 빨리 뛰거나 느려지는 부정맥(不整脈)이 생기기도 한다. 28도 이하인 중증 저체온증 환자는 대부분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때 심실세동(細動)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 나타나 심장이 멎을 수 있다.

황윤정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 같은 저체온증은 지금처럼 추운 날씨에는 열 손실이 늘어나 가장 많이 생긴다”며 “추운 날씨에 비바람까지 동반되면 건강한 사람도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저체온증은 빠른 조치가 중요하다. 의심 환자를 생기면 우선 119에 신고하고 마른 담요나 침낭 등으로 감싸거나 껴안아준다. 팔다리보다 머리 가슴 배 등 몸통이 따뜻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증 환자는 탈수가 심하고 혈액 점도가 높아 합병증을 유발하므로 빨리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의식이 없다면 따뜻한 음료수를 먹이는 데 신중해야 한다.

체온을 유지하려면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가급적 실내에서 지내면 좋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과음도 피해야 한다. 저체온증 환자 가운데 30%가량이 음주 상태에서 발견되고 있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면 몸이 따뜻해질 것을 생각하지만 취하면 심부체온이 떨어져도 잘 알지 못해 저체온증이 생길 위험이 높다”고 했다.

운동한다면 충분히 준비ㆍ정리운동을 통해 체온을 높여야 한다. 준비운동은 10~20분 정도하고, 정리운동은 5~10분 정도가 좋다. 운동하다 덥다고 외투를 벗었다면 운동 후 즉시 외투를 입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동상이라면 따뜻한 물에 담그지 말아야 

추위에 노출되기 쉬운 손 발 귀 코 등에 동상이나 동창이 생기기 쉽다. 동창은 혈관에 염증이 생겼지만 아직 얼음이 형성되지 않은 단계로 동상보다 가볍다. 동창이 생기면 손상된 부위를 빨리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 따뜻한 물(37~39도)에서 피부가 말랑말랑해지면서 약간 붉어질 때까지 녹이는 게 좋다. 보통 30~60분 걸린다.

동상은 피부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까지 떨어져 국소 부위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혈액순환이 둔화되고 피부 조직이 얼기 시작하는 단계를 말한다. 피부 온도가 영상 10도 정도로 떨어지면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기 어려워진다. 0도 이하로 떨어지면 세포 속 수분이 얼어 조직이 손상되면서 병변에 감각이 없어지고 조직마저 괴사한다. 더 악화하면 신체를 절단할 수도 있다.

동상이 생기면 갑자기 불을 쬐고 따뜻한 물에 담그거나 동상 부위를 비벼서 녹이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최성혁 고려대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마른 수건으로 동상 부위를 감싸 외부충격을 받지 않도록 한 뒤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극심한 가슴 통증, 심근경색 신호? 

기온이 낮아지고 실내ㆍ외 온도차가 커지면 혈관이 수축한다. 그러면 혈압이 올라가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될 수 있다. 고무 호스가 좁아지면 수압이 오르다가 호스가 터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증상이 뇌에서 생기면 뇌졸중이 된다. 한쪽 팔다리 마비, 감각이상, 발음장애, 언어 장애, 안면마비, 어지럼증, 극심한 두통 등이 나타난다. 뇌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될 수 없어 초기 응급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증상 발생 후 최소 4시간 30분 이내 혈전을 녹여 주는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한다. 따라서 뇌졸중 의심 환자가 생기면 즉시 119에 신고해 ‘골든 타임’ 내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 심장질환인 심근경색은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2% 포인트씩 늘어난다. 김현중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겨울에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이 10% 가량 높아진다”고 했다. 심근경색 환자 대부분이 극심한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명치가 아프다거나, 소화가 안 된다거나, 속이 쓰리다. 방사통(통증이 어깨나 팔다리 등쪽으로 뻗어나가는 듯이 아픈 증상)을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실신하거나 심장이 마비되기도 한다.

심근경색으로 심장이 멈췄을 때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채 4분이 경과하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하고, 10분이 넘으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심폐소생술을 할 수 없다면 재빨리 119에 신고한 뒤 지시에 따라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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