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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 만성적 처방환자 20% 오ㆍ남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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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 만성적 처방환자 20% 오ㆍ남용 가능성”

입력
2018.12.11 05: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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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연 서울대병원 교수팀, 258명 환자 조사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늘면서 오ㆍ남용 우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늘면서 오ㆍ남용 우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마약성 진통제 사용이 늘면서 오ㆍ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1인당 마약성 진통제 소비량은 연간 55㎎이다. 세계 43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258㎎과 미국 678㎎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최근 사용량이 늘면서 현재 국내 마약성 진통제 소비량은 아시아 3위로 2005년보다 6배가량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따른 제대로 된 통계가 연구가 없었다. 이에 문지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팀은 마약성 진통제 오ㆍ남용을 연구 조사했다.

문 교수팀은 2017~2018년 국내 6개 대학병원에서 만성 비(非)암성 통증 환자 258명(통증조절 목적)을 대상으로 ‘마약성 진통제 사용 관련 의존성(OrCC: Opioid-related Chemical Coping)’을 관찰했다. 특히 만성 비암성 통증 환자를 OrCC를 통해 조사한 연구로는 세계 최초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의 OrCC는 21%로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높은 국가들의 오ㆍ남용 발생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OrCC는 마약성 진통제 중독보다 약한 의존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주로 수면장애나 기분장애 등에 대처하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오용하는 것이다. 마약성 진통제 사용장애의 초기 현상 중 하나로 OrCC를 보인다고 중독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대다수 중독자는 OrCC를 보인다.

연구팀은 전문가 자문모임 후 처방외 복용, 과량 복용, 잦은 처방전 분실 등 OrCC와 관련있는 평가항목 7개를 적용해 조사했다. 그 결과 55명(21%) 환자가 OrCC였다. 즉 마약성 진통제를 만성적으로 처방받는 환자 5명 가운데 1명꼴로 오ㆍ남용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는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서구에서 보고되는 오ㆍ남용 빈도 21~29%와 비교해도 낮지 않다. 결국 OrCC는 절대적 소비량에 상관없이 유사한 빈도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조사결과 △젊은 환자 △기능성통증 △두경부통증 △알코올/약물남용 △우울증이 있는 경우 OrCC가 더 높았다.

OrCC를 보이는 환자의 하루 평균 모르핀 사용량은 169㎎으로 의존성을 보이지 않는 환자보다 30% 정도 더 높았다. 진통제를 얻기 위해 응급실을 방문하는 빈도도 연 평균 36회로 2배가량 잦았다.

한편 의존성 여부와 관계없이 마약성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들은 불안감, 우울감, 심각한 불면증과 현저히 낮은 회복탄력성을 보였다. 66.7%가 통증 때문에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답했다.

OrCC는 1년 이내 약물남용병력 19배, 알코올 남용력 7배, 기능성통증증후군 13배, 일일평균 모르핀 사용량 200㎎ 이상인 경우 3.5배 정도 더 빈도가 많았다.

문 교수는 “국내에서도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만큼 마약성 진통제 사용장애에 대한 평가와 대처방안 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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