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선 KTX열차 탈선 아수라장
일부 승객 비명 지르고 피 흘려
“코레일 후속 조치도 허술” 분통
8일 오전 7시35분쯤 강원 강릉선 철도에서 탈선한 KTX열차 승객들은 “출발한 지 불과 5분 여 만에 급제동하는 소리가 들린 뒤 갑자기 선로를 벗어나 심하게 기울었다”고 긴박했던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승객들은 “출발 직후부터 부드럽게 달리는 것이 아닌 둔탁하게 흔들리면서 튕기는 느낌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사고로 KTX열차 10량 가운데 9량이 선로를 이탈했다. 이 가운데 2량은 ‘T’자 모양으로 심하게 꺾여 선로마저 파손됐다. 탈선 후 열차가 전신주를 들이받아 사고 현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열차가 탈선 후 심하게 튕겨 나가거나 구르지 않아 생명이 위독한 부상자가 나오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4호차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은 “열차가 급제동을 하는 지 ‘쿵쿵’ 덜컹거리는 느낌이 3~4차례 이어진 뒤 왼쪽으로 기울더니 탈선과 함께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직후 열차에 전원이 꺼져 문이 열리지 않자 승무원이 ‘앞쪽으로 나가라’는 안내를 해줬다”며 “나와보니 1, 2호 객차가 90가까이 가량 꺾여 있었다”고 덧붙였다. 6호차 승객 방모(22)씨는 “열차가 기울어지자 비명이 나오기 시작했고, 탈선 충격으로 머리에 피를 흘리는 승객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 강릉역을 출발한 이 열차에는 198명이 타고 있었다.
일부 승객들은 코레일의 조치에 분통을 터드리기도 했다. “걷기 힘들 정도로 객실이 기울었는데도 큰 사고가 아니라고 해 답답했다”는 것이다. 특히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몰아 닥친 가운데 승객들은 인근 비닐하우스에 50여분간 대기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 사고로 강릉선 진부역∼강릉역 운행이 중단됐다. 강릉선 열차는 서울역∼진부역까지만 정상 운행 중이다.
코레일은 “다친 승객들은 소방당국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했고 나머지 승객들은 긴급 배치한 버스를 타고 이동해 다른 KTX 열차로 갈아 탔다”고 밝혔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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