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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라오스의 진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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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라오스의 진짜 모습

입력
2018.12.0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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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해외봉사 다녀온 정지원씨의 라오스 야구 체험기

라오J브라더스 센터에서 이만수 전 감독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정지원씨. DGB금융그룹 제공.
라오J브라더스 센터에서 이만수 전 감독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정지원씨. DGB금융그룹 제공.
회사에서 포즈를 취한 정지원씨. ‘라오만수수’는 대구지역에서 의료인들을 중심으로 결성한 이만수 전 감독의 팬클럽 이름이다. ‘수수’는 라오스어로 만세라는 뜻이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회사에서 포즈를 취한 정지원씨. ‘라오만수수’는 대구지역에서 의료인들을 중심으로 결성한 이만수 전 감독의 팬클럽 이름이다. ‘수수’는 라오스어로 만세라는 뜻이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20살 넘은 라오스 여자가 5살 난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어요.”

10일의 해외봉사 중 딱 하루였다. 라오스 아가씨는 하루 만에 한국 봉사팀에 정이 흠뻑 들어서 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정지원(26ㆍDGB데이터시스템 금융사업본부)씨가 라오스의 라오J브라더스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끝내고 돌아오는 날 마주친 풍경이었다.

“그 순수한 모습이 라오스의 속살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봉사활동이 아니었다면 1,000번을 여행해도 몰랐을 라오스의 진짜 모습일 겁니다.”

정씨에게 이번 여행은 여러 가지로 특별했다. 대학 시절 유럽과 동남아를 두루 다녔고, 아산장학재단 봉사장학생으로 7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했지만 해외봉사는 한번도 경험이 없었다. 해외봉사는 오랜 버킷리스트였다. 그 소망을 8월 초에 10일간 베트남과 라오스를 방문하면서 성취한 것이었다. 봉사여행에는 회사 동료, 대학생 봉사자 50여명이 함께했다.

라오J브라더스 센터는 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이었다.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기사와 방송으로만 만났던 이만수 전 감독을 만나 팬심을 드러냈고, DGB금융그룹에서 수해로 힘들어하는 라오스를 위해 교육체육부에 5000만원을 기부하는 ‘역사적’ 장면도 직접 목격했다. 기대 이상의 경험도 있었다. 창의교육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겪은 일이었다.

창의교육 봉사는 정씨가 대학시절부터 해온 봉사였다. 수업 내용은 간단하다. 봉사자가 준비해온 캐릭터 이미지나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하얀 티셔츠에 그리면 된다. 라오스에서도 똑같이 했지만 결과가 달랐다. 학생들은 하얀 천에 캐릭터 대신 산과 강, 나무, 풀, 작은 집, 낚시 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

“우리나라에선 5살만 돼도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서 본 만화 캐릭터를 그려요. 고등학생들이 다섯 살 아이보다 순수한 셈이죠.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그 순수한 세계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어요. ‘나니아 연대기’에 등장하는 벽장 뒤의 왕국 같은, 숨겨진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죠.”

그런 경험 때문인지 봉사 후 둘러본 라오스의 풍경은 파스텔 톤으로 다가왔다. 프랑스 스타일의 건축물이 많아서기도 하겠지만 모든 것이 무엇보다 평온하고 부드럽게 다가왔다. 심지어 남자들의 말과 행동도 여성스럽더라고 했다. 그녀는 “비엔티엔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세상에서 가장 온화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오스에 오래 머무른 분에게 역사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것도 라오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1975년에 인도차이나 반도 전쟁이 끝나던 즈음에 중국의 ‘문화혁명’처럼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 정신 개조 운동 같은 게 일어났다고 해요. 캄보디아에선 자본주의 물들었다는 이유로 인구의 30% 가까이 살해했지만 라오스는 많이 달랐어요. 비엔티엔의 술집 여자들은 섬으로 데려가 수예를 가르쳤다고 해요. 먹고 살 길을 열어주려고요. 그 즈음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일어난 비극들과 비교하면 동화 같은 이야기죠. 또, 다른 나라에서는 소위 ‘종교 청소’를 하면서 많은 종교인들을 박해했지만, 라오스는 2년 만에 계획을 모두 철회하고 사원들을 그대로 남겼기도 했구요. 그 이야길 듣고 나니까 라오스란 나라가, 라오스 사람들의 마음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라오스의 열정을 확인할 기회도 있었다. 라오스 야구팀과 미니 게임을 진행하면서였다. 봉사팀은 남자만으로 팀을 짰고 라오스 팀은 남녀를 섞어서 구성했다. 워낙 체격들이 작아서 혼성팀이 금방 이길 것으로 생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20~30대 한국 남자들이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라오스 친구들의 눈에선 불꽃이 튀었다.

“슈트를 입으면 전사로 돌변하는 SF영화 속의 히어로들 같았어요. 얌전하기만 한 아이들인 줄 알았는데 공을 쳐다보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더군요. 뜻밖의 열정에 감동했어요. 그 열정이 라오스의 희망처럼 느껴졌어요. 이만수 감독님과 우리 한국 지도자들이 라오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정씨는 “DGB금융그룹에서 매년 계열사 직원들로 해외봉사팀을 꾸리는데, 내년에도 참석해서 라오J브라더스를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하루 만에 오랜 친구처럼 담뿍 정이 드는 스무 살 넘은 ‘여자아이’와 야구복을 입으면 슈퍼맨이 되는 열정적인 야구인들이 있는 곳이잖아요. 그것이 라오스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어요. 저에게 라오스는 힐링과 에너지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에요. 라오스 친구들이 너무 그립습니다!”

자원봉사자가 제시한 캐릭터 대신 나무와 강, 작은 집, 낚시하는 사람 등을 그린 라오스 청소년들. DGB금융그룹 제공.
자원봉사자가 제시한 캐릭터 대신 나무와 강, 작은 집, 낚시하는 사람 등을 그린 라오스 청소년들. DGB금융그룹 제공.
베트남에서 라오스까지, 10일 동안 해외봉사활동을 펼친 DGB금융그룹 봉사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DGB금융그룹 제공.
베트남에서 라오스까지, 10일 동안 해외봉사활동을 펼친 DGB금융그룹 봉사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DGB금융그룹 제공.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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