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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회의 의결기구화에 “다수결이 능사 아니다” 판사들 반대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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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회의 의결기구화에 “다수결이 능사 아니다” 판사들 반대 목소리도

입력
2018.12.10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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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발전위, 자문기구에서 격상 건의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장 직속 자문기구가 법원 내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보자며 일선 법원 판사회의(소속 법원 판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회의체)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법원 내부 반응은 찬반이 엇갈린다. 특히 판사회의를 심의ㆍ의결 기구로까지 격상하는 방안을 놓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사법발전위)는 “판사회의 위상을 종전의 자문기구에서 심의ㆍ의결기구로 강화하고, 그 구성과 권한을 법원조직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판사회의는 판사 정원이 10인 이상인 지원에서 소속 판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회의체다. 법원장이 소집하거나 판사 5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열린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판사회의를 ‘사법행정에 관한 자문기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사법발전위는 “대법원장에서 법원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의사결정 방식과 이들에게 집중된 사법행정으로 인해 법관 독립이 침해되고, 사법부 민주화가 저해됐다”며 판사회의 강화 이유를 설명했다. 일선 판사들이 사법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인 판사회의 기능을 강화해 민주적 의사결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 내부적으로는,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에서 빚어진 사법농단 사태로 법원이 몸살을 앓고 있는 만큼 이를 견제할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전체 판사가 다 참여하는 판사회의를 통해 그 문제를 풀려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역 한 부장판사는 “특정 안건을 무조건 심의ㆍ의결 한다고 해서 모두 만족할만한 내용이 나오는 건 아니다”며 “오히려 전국법관대표회의와 같은 논란이 똑같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국법관회의가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의 탄핵소추 필요성을 의결하자, 법원 내 진보 성향을 띤 특정 모임이 법관대표회의를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사법행정을 사실상 다수결(판사회의 의결)에 의존하다 보면 법원이 정치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구성원들이 이런 식으로 ‘숫자 논리’에 빠지다 보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선판사들의 격무만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도 있다.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지금의 판사회의로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 우리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다”며 “그렇잖아도 쏟아지는 사건 배당으로 격무에 시달리는데, 판사회의를 심의ㆍ의결기구화 해 모든 의사결정과 행정사안을 일일이 의결하자고 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제왕적 대법원장제의 부작용을 해소할 마땅한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판사회의 활성화를 반대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지방법원 소속의 한 판사는 “업무에 부담이 가거나 의결과정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법농단과 같은 참담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판사 모두가 적극적으로 행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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