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법정처리시한을 넘긴 새해 예산안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키로 합의했으나 후폭풍이 거세다. 원내 1ㆍ2당이 예산안과 선거법의 연계 처리를 요구해온 소수 야 3당을 배제하고 ‘우리끼리’ 합의를 강행한 탓이다. 당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기득권 동맹의 야합”이라며 정치생명을 건 항의 단식에 돌입했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나섰다. 예산안 처리가 화급했다 해도, 거대 양당의 일방적 행태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정치적 갑질’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예산과 선거법을 연계한 야 3당의 방식이 옳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를 주장하는 230여 석의 거대 양당을 상대로 60여 석에 불과한 소수 야 3당이 ‘민심 그대로’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일 다른 수단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거대 양당, 특히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누차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약속한 터여서 “선거구제 개혁의 기본방향이라도 명시하자”는 야 3당의 요구가 무리한 것도 아니다.
실제 중재자로 나선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도입, 비례대표 비율 확대, 정치개혁특위 결정 존중 등 5개 원칙만이라도 확인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ㆍ한국당은 내부 반대를 이유로 거부했다고 한다. 겉으로만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구제 개편의 취지에 동의했을 뿐 속으로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밀실 야합’ 등 비판 여론이 쇄도하자 양당은 뒤늦게 예산안 합의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소수 3당 달래기에 나섰지만 뚜렷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ㆍ한국당의 이런 행태는 전례 없는 일이며, 명백히 의회민주주의의 정신을 부인하는 다수의 횡포다. 특히 이 일을 주도한 민주당은 야 3당의 예산과 선거법 연계를 비판할 자격조차 없을 만큼 편법과 변칙을 동원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대여 투쟁 전열에서 이탈하며 신의를 저버린 한국당의 파렴치한 행태도 예외가 아니다. 예산안 처리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국회 앞엔 해결할 과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정치 도의를 외면한 민주ㆍ한국당의 ‘소탐대실’ 행보는 여기서 멈추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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