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7일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랑 바른미래당이 가는 길하고 조금 초점이 맞지 않아 괴로움이 있다”고 밝혔다. 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취임했던 2015년 2월부터 최근까지 3년 반가량의 시간에 대해 “정치적으로 굉장히 팔자가 사나웠다”고 회상했다.
유 전 대표는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특강 자리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바른미래당에서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 우리는 왼쪽도 오른쪽도 아니고 중도다’라고 하는 분들과 안보와 경제, 복지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할 수 없어 괴롭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 이후 계속돼 온 정체성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솔직하게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에서 느끼는 어려움이곧바로 한국당 복당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동안 저는 한국당이 보수로서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변한 게 없고, 시대인식도 저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던 사람”이라며 “(한국당 복당은) 명분도 없고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지도가 올라간다고 하니까 이 사람들이 더 정신을 못 차리고 안 바뀌는 측면이 있다”고 각을 세웠다.
유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촉구 등이 한국당 내부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 자체를 평가하기보다는 건강한 보수 재건을 위해 과거보다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말을 아꼈다.
유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뺀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것을 두고도 “저도 예산안은 예산안대로 심의하는 게 맞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손학규 당 대표 등 지도부와 결을 달리했다. 다만 “이 부분은 선거제도에 대해 민주당이나 한국당 원내대표들까지 약속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정기국회 막바지에 이렇게 서로 간에 신뢰가 깨지게 만든 책임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손 대표를 찾아 단식을 만류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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