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국립대로부터 군 복무를 위한 장기휴학제도를 이끌어 낸 홍훈석씨. 홍훈석씨 제공

“더 많은 후배들이 군복무에 따른 휴학에 대한 걱정 없이 유학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사 관리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는, 적지 않은 한국 학생들이 주요 대학에 합격하고도 입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나라다. 학기 도중에 군복무를 위한 휴학이 사실상 불가능한 탓이다. 취업 문제 등을 놓고 저울질하다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부터 싱가포르 유학생들이 학기 중에도 군복무를 마칠 수 있게 됐다. 한 한국인 유학생이 입영통지를 받은 남학생들을 위한‘장기휴학제도’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싱가포르국립대(NUS) 정치학과 3학년생인 홍훈석(21)씨. 지난 2016년 8월 이 대학에 입학한 홍씨는 군복무를 마친 뒤 취업을 못해 전전긍긍하는 많은 선배들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그는 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휴학을 해도 한 학기밖에 쉴 수 없어 유학생 대부분이 졸업 후 입대한다”며 “직전 이력이 ‘군인’인 청년을 선호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제도 개선 뜻을 갖게 된 계기를 전했다.

싱가포르 유학생들은 비싼 학비 부담 덜기 위해 대부분 싱가포르 교육부가 제공하는 학비지원제도를 이용해 학비 절반을 지원 받는다. 대신 졸업 후 싱가포르에 있는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3년을 근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간에 휴학이 쉽지 않고, 졸업 후 입대하더라도 전역 후에는 싱가포르로 돌아와 직장을 잡는다.

홍씨는 “한국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설명하면서 군복무 휴학은 한국 학생들에게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장기휴학이 불가능해 우수한 한국 인재가 홍콩이나 다른 나라로 간다는 현실을 확인한 총장은 한국 남학생만을 위한 장기휴학제 도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가 학생회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한 것도 총장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됐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중 최상위권 대학으로 손꼽히는 싱가포르국립대는 세계 유수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 자국민뿐만 아니라 유학생들에도 학비지원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홍씨의 설득에 총장이 싱가포르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고, 싱가포르 교육부는 한국 정부를 통해 홍씨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한 뒤 올 봄학기부터 장기휴학제를 허가했다. 한국인 남학생에게만 적용되는 제도로, 입영통지서에 나온 복무 기간만큼 휴학을 인정해 준다.

수십 년간 장기휴학제도를 불허했던 NUS가 전향적으로 나서자 난양공대, 싱가포르경영대학 등 다른 대학들도 동일한 휴학 프로그램 도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싱가포르 대사관 관계자는 “3만 명 교민사회가 다 아는 문제였지만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지 않았던 문제”라며 “한국 유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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