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6일 “사의를 표명한 게 맞다”고 밝혔다. 이어 “5월부터 물러나겠다고 해왔다”는 청와대 관계자 설명도 나왔다. 5월부터 사의가 있었다는 사족은 이번 일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교체에도 불구,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고수하는 청와대와의 마찰로 해석될 여지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김 부의장이 직을 던진 의미는 가볍지 않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대통령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김 부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주도한 보수 경제학자다. 과거 고도성장 정책의 산실 역할을 한 ‘서강학파’의 3세대 주자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그를 대선 캠프의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하고 ‘J노믹스’의 설계를 맡겼다. 진보와 보수의 정책적 균형을 맞추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이후 김 부의장은 소득주도 성장 등에 대한 정권 내 비판자로서 역할을 해 왔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대해선 “시장을 모르고 한 결정”이라며 속도 조절을 촉구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자 청와대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절실하다는 주문을 했다. 지난 8월엔 “잘못 기획된 정책의 잘못된 결과를 모두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고,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둘러싼 ‘김&장’의 갈등 국면에서는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며 경제정책의 전환을 촉구했다.
일각에선 이번 일을 경제 투톱 교체 시점에 나돌았다 무산된 그의 부총리 기용설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미국 백악관의 국가경제위원회(NEC)처럼 강화하려던 계획이 부진하자 실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김 부의장이 그동안 “문 대통령은 다른 의견을 잘 듣는데, 참모들은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다”는 식의 불만을 자주 표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비판이 먹히지 않는 현실의 벽에 한계를 느꼈다고 보는 게 맞다. 대통령의 사의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청와대는 김 부의장의 사의 표명이 함축하는 메시지를 무겁게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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