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7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과 관련, 검찰이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의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고, 자택 압수수색 등으로 증거자료가 충분히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적다는 게 이유다. 검찰은 “상하 명령 체계에 따른 범죄는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며 “영장 기각은 재판 독립 훼손이라는 중범죄 전모 규명을 막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법원의 방어적인 태도는 사법농단 수사 초기부터 도마에 올랐다. 잇따른 압수수색영장, 구속영장 기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결국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아래서 사법 행정 실무를 지휘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피의자 보호를 위해 불구속 수사가 우선이고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이 전 차장이 구속된 마당에 직속 상관인 법원행정처장으로서 더 큰 책임이 있는 두 대법관의 불구속은 납득하기 어렵다.
박 전 대법관은 강제징용ㆍ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원세훈 국정원장 댓글 사건 등 여러 재판에 개입했거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정운호 게이트’ 관련 재판 등에 개입했다는 혐의다. 모두 구속된 이 전 차장에게 적용된 내용이며 이 전 차장 공소장에는 두 대법관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공범’으로 적시돼 있다. 사법농단 수사 초기부터 임 전 차장 선에서 책임을 자르고 윗선에 영향이 없도록 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번 영장 기각이 그런 영향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검찰 소환을 앞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법원이 같은 판단을 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번 영장 기각으로 특별재판부 설치 등에 대한 국회 논의가 더 힘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시민단체들은 “법원은 ‘하급자가 모두 알아서 한 것’이라는 두 전직 대법관의 강변을 수용해 봐주기 판결을 내렸다”며 특별재판부 설치 특별법 제정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뢰받는 사법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성장통”(김명수 대법원장)을 피해가려고만 한다면 특별재판부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을 법원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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