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시장이 수년간 2조원 안팎에서 정체 상태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자, 업체들이 독특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한 업체의 제품이 인기를 끌면 너도나도 비슷한 신제품을 내놨지만, 최근에는 각자 개성 있는 신제품을 수시로 내놓으며 라면의 한계를 넓히고 있다.

6일 오뚜기에 따르면 지난 9월 출시한 ‘쇠고기미역국라면’은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가정간편식(HMR) 가운데 다수의 제품이 미역국이나 관련 제품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을 시작했는데, 시장에 없는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당시 임신 4개월째였던 연구원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건강식이자 친근한 미역국을 라면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오뚜기는 이 밖에도 지난해 콩국수라면과 팥칼국수라면, 올해 진짜쫄면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농심은 ‘면 간편식’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 ‘스파게티 토마토’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스파게티 까르보나라’를 출시했다. 라면인 동시에 HMR인 이 제품은 기존의 스파게티 라면과 달리 파스타 면에 쓰이는 듀럼밀을 써서 정통 스파게티 면의 맛을 살렸다. 당장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지만 농심은 면 간편식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후속 스파게티 제품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스파게티 제품은 당장 판매량보다는 다른 업체는 만들 수 없는 우리만의 아이템으로 면 간편식 시장을 장악하려는 계획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이와 별개로 지난해와 올해 참치마요면, 양념치킨면 등 이색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오뚜기 쇠고기 미역국 라면. 오뚜기 제공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대박을 낸 삼양은 최근 ‘참참참 계란탕면’과 ‘쯔유우동’ 등을 내놓고 ‘이색 라면’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식 계란탕처럼 걸쭉한 국물이 특징인 참참참 계란탕면은 별다른 홍보도 없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한 달 만에 150만개 이상이 팔려나갔다. 삼양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두 개의 인기 상품으로 끌고 갔다면 최근에는 소비자의 취향이 금세 바뀌고 있어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라면 시장은 2009년 1조9,000억원대를 돌파한 이후 10년 가까이 2조원 안팎에서 오르내리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년 전 프리미엄 중화풍 라면이 큰 인기를 끌며 역대 최대 규모인 2조1,6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지난해는 오히려 규모가 쪼그라들며 역성장을 했다. 삼양 관계자는 “프리미엄 중화풍 라면 이후 라면 업계를 휩쓰는 큰 유행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는 인기 제품의 주기가 짧아져서 업계는 특색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HMR을 비롯해 라면을 대체할 만한 식품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러한 트렌드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농심 관계자는 “단지 HMR 시장의 성장 때문에 라면 시장이 위축됐다기보다는 식품 업계 전반에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라며 “라면을 즐겨 찾는 젊은 층 인구 감소와 더욱 빨라진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라면 업계도 특색 있는 제품으로 시장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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