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운동 동행기]
“나 의원 밀면 도로 탄핵 정국
국민들은 지지 보내지 않을 것”
"‘주인공’ 아닌 ‘명품 조연’ 원내대표 되겠다"
6일 오전 7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 평소와 달리 무척이나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타났다. 지역구인 경기 안성에서 출퇴근하는 김 의원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날 복장은 전날과 같은 차림이다. 한-베트남 의원 친선협회장인 김 의원으로서 피할 수 없었던 전날 베트남 국회 의장단 만찬 탓이다. "원내대표 경선으로 바쁘지만 국익을 위해 외국 귀빈을 모시는 만찬 자리를 주최하고, 그들의 권유로 평소 즐기지 않던 술까지 무리하게 마시게 됐다." 이 자리에는 한국당 의원 12명이 참석했다. 선거운동의 차질을 무릅쓰고, 만찬의 주인공인 외국 귀빈을 대하는 모습에서 '주인공' 원내대표가 아닌 '명품 조연' 원내대표가 되겠다는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김 의원은 책상에 앉자마자, 이날 소화해야 할 13개의 일정 중 첫 번째인 라디오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선 A4용지에 예상답변을 빠르게 연필로 써내려갔다. 인터뷰 중 유력한 경쟁자인 나경원 의원이 거론되자 김 의원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날의 피곤함은 사라진 듯 손으로 책상을 몇 번씩 내리치며 자신의 강점을 어필했다.
김 의원은 나 의원에 대해 묻자 즉각 “서운한 사람이다. 내가 뼈빠지게 나 의원의 모든 선거를 도와줬다. 정치라는 게 도움을 받으면 도움을 주는 게 도리”라고 도발적으로 답했다. 그러면서 “강성친박계가 친박의 대리인으로 나 의원을 밀고 있다”며 “나 의원의 당선은 우리당이 도로 탄핵정국으로 되돌아가는 길이다. 강성친박이 득세하는 한국당에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공개 조찬 모임, 언론 인터뷰, 피감기관장 면담, 의원 주최 토론회 등으로 일정을 보낸 김 의원은 원로정치인인 고(故) 이중재 전 의원 10주기 추모식에서 비박계의 좌장 김무성 의원과 조우했다. 김무성 의원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란 별칭이 무색하게 두 사람은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전까지 김무성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차마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오후에는 표밭인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홍문종, 김진태 의원 등 강성 친박 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의원은 복당파의 고해성사를 요구하는 홍 의원의 주장에 대해 “당을 돌아올 때 이미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가 되더라도 일부 강성 친박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행스러운 점은 그분들 주장에 동조하면 당이 2년 전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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