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말레이 총리 직설 “정부 보조금에 기대지 말라”
“국민들이 게을러서 곧 베트남에도 추월 당할 것이다.”
10년 가까이 1만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말레이시아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관련, 말레이시아 내부에서 가장 비판적인 인물은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다. 지난 5월, 93세 나이로 선거에 나서 권좌에 앉은 뒤, 거침 없는 발언으로 국제사회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물이다. 22년간(1981-2003) 말레이시아를 철권통치한 경험을 갖고 있다.
현지매체 말레이시안 인사이트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달 25일 북부 휴양지 랑카위 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국민들이 열심히 일을 하기보다는 정부가 나눠주는 보조금에 기대고 있다”고 국민에게 각성을 촉구했다. 랑카위는 자신이 앞서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본격적인 개발을 통해 관광도시로 거듭난 지역으로, 그에게는 정치적 고향과 같은 곳이다.
그는 “국민들이 게을러서 전쟁으로 황폐해졌던 베트남 같은 주변의 가난한 이웃들에게도 곧 추월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의 GDP는 2,238억달러, 말레이시아는 3,145억달러 수준이다. 또 “말레이 국민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시키기 위해서 방글라데시 같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데려 오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정부는 그 외국인 근로자들에게서 세금을 걷고, 그 돈으로 말레이 국민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정부 지원에 기대지 않고 보다 근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연설에서 ‘부미푸트라’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지만, 발언 수위는 높았다.
그는 이와 함께 새로 집권한 정부의 규제완화 계획도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는 “돈을 어떻게 버는지는 정부보다 민간이 더 잘 안다”며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 개혁에도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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