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노란 조끼’ 시위가 대표적... 美ㆍ캐나다 등에서도 거부 기류
“부자 감세하며 서민 부담 가중”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에 암초
기후변화 속도를 늦출 주요 방안인 탄소세 도입이 지구촌 곳곳에서 당장의 살림살이 악화를 우려하는 서민들의 반발로 도전 받고 있다. 경제난 속에서 서민 가계에 가혹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는 당초 목표한 기후변화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유류세 인상을 막기 위한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를 기후변화 대응 개혁에 대한 주요국 기층세력의 대표적 저항으로 평가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에 앞서 미국 워싱턴주에서도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이산화탄소 배출 1t 당 15달러를 부과하고 이를 매년 2달러씩 인상하려던 방안이 무산됐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워싱턴 거주민 상당수가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기후변화가 인류의 잘못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탄소세 도입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주민들의 요구로 연방정부가 부과한 탄소세를 거부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영국 가디언은 “브리티시콜롬비아주처럼 성공적으로 도입한 곳도 있지만 반발 목소리가 나오는 지역도 있다”며 “특히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 주지사는 탄소세를 ‘역대 최악의 세금’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구촌 서민들의 반발은 삶이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탄소세 실효성과 형평성에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비롯됐다. 프랑스 시위대가 거리로 대거 쏟아져 나오게 된 배경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을 펼치면서도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인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자들을 겨냥한 감세로 세수가 연간 32억유로 줄어든 상태였다”며 “독일보다 실업률이 2배나 높고 경제 성장률이 2%도 안 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유류세를 인상해 서민 부담을 가중하려는 조치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부유세를 부동산 보유분 등에 한정해 축소 부과키로 한 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다며 여론을 살피는 중이다.
물론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탄소세 도입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으로 꼽힌다. 환경 연구기관 펨비나협회의 카렌 탐 우는 가디언에서 “몇몇 지역에서 탄소세가 욕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탄소세 도입은 이산화탄소에서 비롯된 오염을 줄이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금을 매겨 탄소 소비를 줄여나가되, 거둬들인 세금을 다시 돌려주는 방식으로 주민들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니콜라스 그레고리 맨키우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이 성공하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낸 세금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며 “이 계획을 잘 설명한다면 정치적으로도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기후문제 자문을 맡았던 폴 블레드소는 “경기가 좋아도, 탄소세는 조세저항 가능성에 대비해 신중히 검토돼야 했다”며 “가뜩이나 빈부격차가 확대된 요즘은 거둔 세금의 상당수는 서민들에게 즉시 환원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시위대는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상 조치를 6개월 유예한다고 밝혔지만, 계속 시위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노란조끼 시위대의 벤자맹 코시는 “과자 부스러기가 아니라 빵을 원한다”며 “그 동안 올려온 유류세를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마크롱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유류세를 인상해왔는데, 그 결과 지난 1년 간 경유와 휘발유는 각각 23%, 15% 인상됐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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