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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톱다운 해법’에 남북미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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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톱다운 해법’에 남북미 동상이몽

입력
2018.12.05 18:09
수정
2018.12.05 21: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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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트럼프에 ‘통 큰 결단’ 바라지만

트럼프는 “약속 지켜라” ‘대북 압박’ 속셈

문 대통령은 ‘회유 통한 비핵화 유인’ 방점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동 중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옆으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보인다. 부에노스 아이레스=AP 연합뉴스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동 중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옆으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보인다. 부에노스 아이레스=AP 연합뉴스

다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결사로 나섰다. 비핵화와 보상을 주고받기 위한 북미 간 실무 차원 협상이 좀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서다. 북측이 바라는 해법 역시 정상끼리 큰 틀에 의견 일치를 본 뒤 기술적 논의만 실무진한테 맡기는 ‘하향식’(톱 다운) 돌파인 만큼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자체는 무난할 듯하다.

그러나 회담이 끝난 뒤 둘 다 웃으며 돌아설 수 있느냐가 문제다. 6월 싱가포르 합의 당시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재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두 정상 간 만남에 기대하는 바도 또 달라 제각기 딴 꿈을 꾸는 세 사람이 같은 일을 도모하는 형국이다.

미 방송 CNN에 따르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최고경영자 카운슬에서 “그들(북한)은 지금까지 약속에 부응하지 않았다”며 “그게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하나의 (북미) 정상회담이 생산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1차 정상회담) 약속들을 살펴보고 이를 실현하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볼턴 보좌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목표를 대북 비핵화 압박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정상 간의 담판을 기대하는 김 위원장의 입장과 어긋난다. 김 위원장이 고대하는 건 신고ㆍ사찰ㆍ폐기 순의 전통적 비핵화 방식을 철칙으로 여기며 이게 수용되지 않는 이상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는 식의 태도를 고집하는 미측 실무진과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해체하고 그 대가로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받아낸 뒤 다시 영변 핵 시설 폐기에 착수하는 ‘폐기ㆍ검증 반복을 통한 신뢰 구축 뒤 핵 신고’ 로드맵이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하향식으로 관철되기를 바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통 큰 결단은 난망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 탓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초라는 상징성 덕에 포괄적ㆍ원칙적 합의 도출도 어느 정도 용인됐던 6월 정상회담 때와 달리 이번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반드시 만들어내야 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과제”라며 “실무자가 가져 온 협상 결과를 승인하는 사실상 ‘보텀 업’(상향) 결정 방식을 트럼프 대통령이 채택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볼턴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향 여지를 일축했다. “그는 그들을 위해 문을 열어놨고 이제 그들이 걸어 들어와야 한다. 이게 우리가 다음 회담에서 진전이 이뤄지기를 희망하는 부분”이라고 카운슬에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주목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용도는 ‘회유를 통한 유인’이다. 비핵화를 진전시키도록 김 위원장을 끌어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미측과 공유하되, 그 방법이 강경하기보다 유화적이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순방 중 공군1호기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당시 언급 가운데 “남은 합의를 마저 다 이행하기를 바란다”는 내용 대신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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