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3년간 중기 제품만 사야
3D 프린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21개 신규 품목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은 3년간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만 구매해야 해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조달 시장 참여 기회가 제한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는 논란을 의식해 정부는 3D 프린터 등 일부 쟁점 품목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저사양이나 소용량 제품만 중기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5일 내년부터 향후 3년간 적용될 중기간 경쟁제품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212개 제품에 대한 지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신규로 지정된 △3D 프린터 △ESS △화장실칸막이 △마을무선방송장치 △천막용 방수포 등 모두 21개 품목이다.
새로 지정된 품목 중 대기업과 중견기업, 외국계 기업들의 반발이 심했던 품목은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3D프린터와 ESS였다. 지난해 전 세계 3D 프린터 시장 규모는 60억달러에 달했다. 국내 3D 프린터 시장을 놓고서 중소기업, 중견기업, 외국계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3D 프린터를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저사양 제품인 재료압출방식(FDM)에 한해, 전체 입찰 물량의 50% 이상만을 중소기업제품으로 구매하도록 했다.
이병권 중기부 성장지원정책관(국장)은 “저사양 FDM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중견기업은 단 한 곳이고 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44%에 달한다”며 “정부가 입찰 물량의 50% 정도를 중기 제품으로만 구입한다고 해도 해당 기업이나 시장에는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ESS도 전력변환장치(PCS) 용량이 250㎾ 이하의 소용량 제품만을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의 반발을 피했다.
ESS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나 남는 전기 등을 저장해뒀다가 전력 수요가 몰릴 때 꺼내 쓰는 장치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삼성SDI와 LG화학 등 9개 대기업이 ESS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투자 대비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500㎾ 이상의 고용량 ESS만 생산하고 있으며, 250㎾ 이하 소용량 ESS는 중소기업만 생산하고 있다.
염정수 중기부 판로정책과 사무관은 “대기업의 시장 참여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용량 ESS만 중기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했다”며 “이번 조치로 타격을 받는 곳은 대기업이 아닌 저가 중국산 ESS 등으로, 국내 중소기업은 안정적으로 물품을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을 통해 생기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시장을 살펴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 국장은 “이번 조치로 중소기업계에 연간 18조원 이상의 판로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지나친 과보호로 시장 왜곡이 발생하거나 시장 상황 변동 등으로 지정 필요성이 줄어들었을 경우 지정 제외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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